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부총재보급 이상 임원급 인사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이들 인사들의 3년 임기가 통상 지켜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총재가 이주열호를 제대로 출범시키기 위해 상당히 과감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깜짝금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3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17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선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두고 사퇴설이 불거지고 있는 박원식 한은 부총재에 대해 “부총재의 거취 문제는 간단한 사항이 아니고 고려할 게 많다”며 “당장 답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김중수 전 한은 총재의 핵심 인사인 박 부총재의 사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이 총재가 지난달 1일 취임한 이후 한달여간 ‘김중수 키즈’인 이들 부총재 및 부총재보 인사들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은 안팎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과거 이들의 임기가 큰 이변 없이 유지됐지만 김 전 총재와 이 총재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부총재 외 5명의 부총재보들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임기가 있으니까 원칙적으로는 임기를 지켜주는 게 맞다”고 일반론으로 답하며 실제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뿐만 아니라 부총재보 이상 임원들의 임기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에도 보면 임기가 남았어도 다른 데 자리가 나면 나가기도 했다”고 우회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현재 지난해 부임한 서영경·허재성 부총재보를 제외하고 김준일·강태수·강준오 부총재보는 임기가 1년 정도 남아있다.
이 총재가 인사개편에 대한 뜻을 공식화한 만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단행할지 시장의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또 중앙은행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깜짝금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앙은행의 말을 믿어야 한다”며 “앞으로 최소한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깜짝금리’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총재는 ‘좌측 깜빡이’를 켜고 잇달아 ‘우회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세월호 사태 등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돼 2분기에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며 “그러나 세월호의 영향에 대해 답변할 만큼의 데이터를 현재 충분히 보유하지 않아 점검을 더 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총재는 “현 커뮤니케이션국이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시장 전체와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나가는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적어도 향후 1년 간의 경기흐름을 정확히 읽고 금리 정책 방향을 대략적으로 설정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며 “가령 6개월 후에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2~3달 전에는 ‘경기가 생각했던 거 보다 좋다’라고 시그널을 주는 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밖에 이 총재는 시장에서 ‘매파(물가안정 중시)’라고 평가되는 것에 대해 “올해 성장 전망치가 4%이고 내년(4.2%)에도 이런 회복세를 예상한다는 것을 보면 지금의 금리(2.5%) 수준 감안할 때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 어렵다”며 “이런 맥락에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쪽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매파라고 해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