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30일 기준 양파(1kg당) 도매가격은 630원으로 1년전 2268원보다 3분의 1가격으로 폭락했다. 평년(1050원)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깐마늘(1kg당)과 대파(1kg당) 가격은 각각 3830원, 1080원으로 모두 1년전(깐마늘 6256원, 대파 2228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배추(10kg당) 도매가 역시 작년 4월말 8420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락해 3400원에 그쳤다.
폭락세는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3개월간 양파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2월 32.5% 폭락한데서 지난달 -58.0%로 하락폭이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마늘가격도 -19.5%(2월), -22.8%(3월), -25.3%(4월)로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탔다. 파는 매달 40~50%, 당근은 60% 이상 값이 뚝뚝 떨어졌다.
특히 양파는 2012년 수확기 이후 가격이 호조세를 나타낸데다 대체작물인 마늘값이 떨어져 올해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 향후 가격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양파·마늘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산 양파 재배면적은 2만3908ha로 2013년산 2만36ha보다 19.3%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배추값 역시 앞으로가 더 문제다. 37년만의 대풍으로 겨울 배추 저장량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해 배추값은 4~5월 70% 이상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양파, 배추 이외의 대부분의 채소들도 최근 소비가 부진한데다 5~6월 본격 출하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추가 가격하락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채소값 폭락에 농민들의 피해 대책 마련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월동채소의 가격 폭락은 수급조절에 실패한 정부 정책 때문”이라면서 “작년 재고량을 배제해 수급조절 정책을 다시 세우고, 정부 수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달 11차 공식 협상이 이뤄질 한중 FTA를 앞두고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FTA가 타결되면 값싼 중국산 고추, 마늘, 양파 채소류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 대책은 제대로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는 올 들어 4차례 회의를 통해 정부나 aT가 농산물을 사들여 저장·폐기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격 하락세를 잡는 데 역부족이었다. 농산물의 유통 및 수급·물가안정지원 내실화 예산조차 작년보다 8%나 줄어든 상태다. 작년부터 농산물 가격 하락 파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