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주옥같은 이 말을 남긴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소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지옥’이나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나도는 현실에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헤세가 29살 때인 1906년 쓴 이 작품은 또한 신학교를 중퇴하고 인생의 방랑을 누구보다 일찍 시작한 작가의 전기와 같은 소설이기에 더 큰 감동과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헤세를 키운 것은 ‘방랑의 힘’이었다. 헤세는 “열세 살 적부터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며 자신의 알을 깨는 여정에 나선다. 신학교 중퇴, 자살 미수 등 젊은 날 극심한 고통과 방황을 겪는다. 급기야 아버지는 17살인 헤세를 시계공장 기술 견습공으로 보냈고 여기서 15개월간 일하게 된다. 공장에서 매일 선반 앞에 서서 줄질을 하고, 구멍을 뚫고, 절단기를 끊고, 납땜과 인두질을 하는 등 소설의 한스 기벤라트처럼 살았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 한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로 탄생하기를 원한다면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헤세의 삶은 ‘데미안’에 나오는 이 말에 응축돼 있는 것 같다.
헤세를 키운 것은 ‘가풍의 힘’이었다. 그의 작품은 특히 동양적 정신이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세의 친가와 외가는 모두 경건주의적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 양가 모두 인도에서 선교사로 오랫동안 살았던 연유로 헤세의 집안에는 늘 종교적 분위기와 함께 인도 등 동양을 여행한 사람들과 동양의 책들로 넘쳐났다. 동양과 서양의 분위기가 교차하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헤세는 절로 논어나 도덕경, 주역 등 동양의 책들을 읽었다.
헤세는 고희(70세) 때 자기를 일생 동안 길러주고 깊은 감명을 준 두 가지를 말한 적이 있다. 첫째는 양친의 집안에 깃든 기독교적이고 세계적 정신이었고 둘째, 중국인들의 지혜에 관한 독서였다고 한다.
헤세는 또 ‘나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특히 헤세는 고전에 대해 “진정한 대문호들은 제대로 알아야만 하는데 그 선두는 셰익스피어와 괴테”라고 강조한다. 이 두 작가에 대해서는 전집을 구해 읽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헤세 자신의 문학은 모두 이 두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인데, 이 두 사람을 밟고 지나가지 않으면 더 위대한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나만의 독서 리스트’에 두 거장의 작품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한 집안의 꿈이자 희망인 수백명의 고교생들이 세월호의 ‘인재(人災)’로 무참하게 희생된 데 분노하며, 또 수습을 제대로 못하는 정부에 분노하며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