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통일금융’ 바람이 불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금융’에 이어 현 정부 ‘창조금융’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사례가 쏟아지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열된 코드 맞추기식 콘텐츠로 인해 금융회사의 부실만 늘어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인 녹색금융은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주목받았다.
고객이 정상적 금융활동을 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운용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친환경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금융상품들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은 한목소리로 녹색금융을 경영목표라고 외쳤다.
녹색금융은 2009년 4월 은행, 증권, 보험 등 전 영역의 금융사가 모여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었지만 경제 상황 악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관심에서 멀어져 2012년부터 신상품 출시도 뜸해진 상태다.
현 정부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 출범 초기 ‘창조경제’ 키워드가 주목받자 금융권 곳곳에서 창조금융을 내세웠다.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은행이 전체 금융권의 창조금융 관련 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38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내놨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올 초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객을 위한 창조적 종합금융 실현’을 목표로 세웠다. 신한은행은 창조금융의 일환으로 지난해 기업의 신용등급 대신 기술력 보유 여부로 대출 취급 여부를 결정하는 ‘연구개발 우수기업 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은 은행장 직속의 ‘KB창조금융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우리은행은 창조금융의 핵심인 우수 기술력 보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을 지원하는 ‘우리상생파트너론’을 선보였다.
창조금융의 뒤를 이어 통일금융이 화두로 떠오른 건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당부하면서부터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통일경제를 강조하고 나서는가 하면 금융기관들은 통일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북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통일금융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로선 통일금융의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일금융은 사실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창조금융을 대체하기 위한 새 코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희 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은 “먼저 통일금융에 대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며 “통일금융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통일 재원 마련부터 국제사회의 지원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통일금융 하면 북한 지점 진출 방안이나 개발사업 지원을 위한 금융 기능 강화 등을 들 수 있는데 현재로선 통일금융 콘텐츠가 매우 빈약한 상황”이라며 “금융정책 측면에서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으면 창조금융보다 더 구체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