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책을 읽고 ‘초서’하는 생산적 독서법 '정약용家'②

입력 2014-04-2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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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혼인길이 막혀 비천한 집안과 결혼해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을 한 자식이 태어나면 그 집안은 영영 끝장이 난다. 이래도 학문을 게을리할 작정이냐.”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다소 ‘세속적’인 비유를 동원하면서 학문에 힘쓸 것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더 진솔하게 느낄 수 있다. 당시 두 아들은 아버지가 대역죄인으로 몰려 한순간에 청운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라도 당쟁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다산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독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산이 두 아들에게 쉬지 않고 강조한 것이 바로 독서였는데 ‘오직 독서만이 살길이다’며 책 읽기를 독려했다.

“중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젊은이만이 진정한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다.”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삶을 놓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더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위기와 실업 시대에 더욱 울림이 큰 경구가 아닐까. 다산은 책을 읽을 때 특히 ‘초서(抄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서란 책에서 주요한 내용을 뽑아 옮기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책을 읽다가 중요한 대목을 만나면 종이를 꺼내 옮겨 적었다. 이렇게 적은 쪽지가 상자에 잔뜩 쌓인다. 어느 날 상자를 열고 그 안의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초록할 당시 이미 주견이 서 있었으므로, 갈래별로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책에서 자신의 주견에 맞는 문장들을 골라내면 이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읽는 생산적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은 초서를 하면 그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유용하다고 조언한다. 다산이 500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초서의 힘이었던 것이다.

나는 다산의 초서를 접한 2006년부터 그를 역할 모델로 삼아 초서파일을 노트북에 만들어 두고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다시 책을 펴 초서를 한다. 지금까지 한 수많은 초서는 내 저술의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다산은 가끔 아들들에게 편지로 숙제를 내주기도 했는데 둘째 아들 학유에게는 ‘정리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보낸 편지를 꺼내 자질구레한 내용은 제외하고 훈계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을 베껴 써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라고 한 것이다. 편지를 정리해 하나의 책자로 묶으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고 불필요한 내용을 걷어내고 알맹이만 추려내는 훈련도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정리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자녀교육 방법으로 편지를 쓰는 부모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편지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보다 감정을 순화시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한다.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자녀교육에 이용할 경우 부모와 자녀 간 대화의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자녀교육에 서신교육을 많이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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