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VTS의 호칭 가운데 ‘선장님’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볼 때 세월호 측 교신자가 선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신자는 승객을 탈출시킬 수 있느냐는 관제센터의 질문에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는 물음만 되풀이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자신이 탈출하면 살 수 있는지를 가늠하고 있던 셈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5일째인 20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와 진도VTS의 교신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제주VTS에 신고가 접수된 뒤 약 11분이 지난 오전 9시6분부터 9시29분까지 세월호와 진도VTS간의 교신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록을 보면 사고 당일 오전 9시6분에 진도VTS가 세월호에 먼저 교신을 시도했다. 진도VTS는 교신 초반 “승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보트에 탑승했느냐” “현재 침수상태가 어떤 상태인가”를 물으며 세월호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어 인근의 배를 향해 “승선원이 500 이상 된다. 최대한 전속으로 이동하라”며 “인명구조에 적극 협조하라” 등 구조를 요청했다.
9시 17분경 세월호 측에서는 “50도 이상 좌현으로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도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사실 입었는지 확인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도VTS의 교신은 급박해졌다. 9시23분에는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다. 방송을 통해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토록 하라”고 했고 9시24분에는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도 이준석 선장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측 교신자가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만 반복하자 진도VTS에서는 “라이프링(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십시오. 빨리!”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이 때는 이미 교신을 듣고 구조를 위해 세월호 인근으로 접근한 다른 배 OO호에서는 “바로 앞에 있는데 인근에 대기 하다가 탈출하면 바로 인명구조하겠다”라고 전해 놓은 상태였다. 당시 교신내용을 살펴보면 선장이 탈출을 명령하기에 충분한 구조 여건이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OO호는 9시23분경 “배가 침몰 직전”이라고 긴박한 교신을 보태기도 했다.
[진도=유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