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여객선 침몰사고 수사본부는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사고 원인을 ‘무리한 변침’으로 17일 잠정 결론을 냈다. 변침은 여객선이나 항공기 운항 등에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사고 선박은 2년 전 일본에서 도입 직후 무리하게 구조변경됐고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사고를 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 지점은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여객선과 선박이 서로 항로를 바꾸는 변침점이다. 해경은 세월호가 이 변침점에서 완만하게 선회를 해야했지만 급격히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해역은 조류가 거센 것으로 유명한 맹골수로로, 인천서 출발한 지 12시간 운항하는 동안 화물과 자동차 등이 결박력이 약해진 무리한 변침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변침에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침을 크게 했다고 배가 넘어가지는 않는다”며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단순히 변침으로 배가 전복된다면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평온한 바다에서 암초가 아닌 경우 배가 넘어가는 경우는 화물이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화물에 대한 고박(라싱·lashing)을 제대로 안해서 넘어갔을 가능성과 GM이 불량해서 전복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GM이란 배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G가 M보다 크거나 같을 경우 전복가능성이 있다.
그는 “GM(일반적인 배는 60cm정도를 유지)은 안전검사 때는 나타나지 않지만 배를 출항할 때 당연히 고려하는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배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화물이 결박이 제대로 안되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세월호에는 당시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이 실린 상태였다. 많은 승객이 증언한 '쾅'하는 소리는 1, 2층에 실린 화물 컨테이너와 승용차 등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에 부딪혀 난 소리일 가능성이 있다.
보일러실에 근무했던 승선원 전모(61)씨는 “오전 7시 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의 무리한 구조변경으로 복원력을 잃은 것도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선박 운항장비 제조업체인 KCC전자 박수한 대표이사는 17일 “건조된 지 20년이 된 세월호를 지난 2012년 국내에 들여온 뒤 경영 효율성을 위해 무리한 구조변경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수직 증축으로 인해 배 균형을 잡아주는 흘수선이 높아지고 복원력이 취약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세월호는 일본 가고시마에 본사를 둔 ‘마루훼리’사에서 '나미노우에호' 선명으로 운항하다 2012년 9월 퇴역 뒤 국내 청해진해운에 매각됐다.
구조변경을 거친 후 톤수는 239t이 늘어난 6825t, 정원은 15%(117명)가량 늘린 921명이 됐다. 박 대표는 “국내 해운선사들이 일본에서 선령 20년이 지난 노후 선박을 들여와 구조변경을 한 것이 문제”라며 “이를 승인하는 관리감독 기관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