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형 금고 쟁탈전]‘큰손’을 잡아라

입력 2014-04-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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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지자체 금고로 유동성 확보... 은행들 대학ㆍ종교단체 금고까지 ‘치열한 유치전’

‘지방자치단체 금고, 대학가, 대형 종교단체...’

은행권이 조용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전장이다. 이곳 간판 은행들은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고 잠재적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기회를 확대하면서 수년간 고정된 수익을 올렸다. 갈수록 수익이 악화된 은행들 입장에선 기존 시장 구도를 허물고 진입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영업력을 앞세워 맹공을 펼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전략적 요충지다.

이 곳의 주거래 은행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혜택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다 보니 주거래 은행 쟁탈전이 고조되면서 각종 부장용과 후유증도 심각하다. 수천억원의 출연금을 약속하고, 특정 지자체와 대학을 대상으로 특판상품까지 내놓는 등 출혈경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업무 상대방에게 10억 원을 초과하는 금전, 물품 등을 제공할 경우 즉각 공시해야 한다’고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하고 나섰다.

◇“대형 금고를 장악하라” = 약정 기간이 통상 3∼4년 주기를 이뤄지는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은행권에 떨어지는 특명이다. 지차체 금고은행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자체 산하기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자산의 20%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예산 수입·지출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평균 잔액이 3조~4조원에 달해 유동성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지자체 금고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앞서 시장을 선점했던 농협은행 등의 아성에 도전하는 은행들의 물밑 작전은 절정에 치닫고 있다. 농협은행은 특별시, 광역시, 도, 시 등 전국 총 261개의 지자체 금고 가운데 약 70%에서 1금고 은행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연간 26조원의 예산·기금을 굴리는 서울시의 시금고 은행 선정 입찰에서는 우리은행이 수성(守城)에 성공했다. 파격적인 금리와 대규모 출연금을 약속한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의 도전을 물리쳤다.

하반기에는 10조 규모의 서울시 구금고 유치를 놓고 또 다시 한바탕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부터 서울시 내 25개 지자체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구금고를 선정해야 한다. 현재 서울 시·금고 관리를 모두 맡고 있는 우리은행과 다른 시중은행간 구금고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입찰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이번에 서울시 시금로 재선정 된 우리은행의 경우 4년전 1500억원의 출연금보다 많은 2000억원대의 출연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2013년 은행들이 금고 유치를 위해 관행적으로 출연한 기부금은 5000억원 수준이다.

◇지자체 능가하는 대학·종교단체 = 지자체 금고 못지 않게 치열한 유치경쟁 펼쳐지는 곳은 대학가와 대형 종교단체다. 수백억원에 가까운 대학 발전기금을 감수하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자 목 좋은 대형 기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학가는 은행 마진이 큰 신용카드나 펀드 대신 연회비가 없고 한도 내에서만 사용하는 체크카드 이용자가 많아 단기간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그러나 졸업 후 취업에 따른 우량 고객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아 미래가치에 따른 투자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위 SKY로 불리는 대학의 주거래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은 지차체 금고를 능가한다. K와 Y대의 경우 지점을 내려면 150억에서 200억정도의 발전기금을 기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여대는 이보다 높은 300억원 수준은 돼야 경쟁이 가능하는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하고 있다. 여성은 졸업 후 취직을 하더라도 처음 만든 통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커 경쟁이 더욱 치열히 전개된다. 서울대의 경우 농협이 수십년간 주거래은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형 종교단체 역시 은행권이 놓칠 수 없는 잠재적 고객이다. 종교단체 특성상 주기적으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고 종교법인 확장과 맞물려 대출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회는 건축자금으로 대출을 많이 해 가고 있다”며 “현금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상환능력 판단이 쉽지 않지만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오랫동안 현금이 유동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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