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꽃샘추위를 지나 완연한 4월의 봄이 찾아왔다. 4월에 꺼내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1998)에는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의 짝사랑이 담겨 있다. 영화 ‘4월 이야기’는 사랑을 꿈꾸게 만든다.
흠모하던 선배가 도쿄의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했단 사실에 매일 ‘무사시노… 무사시노…’를 입에 달고 살던 영화 속 소녀는 무사시노 대학에 진학한다. 선배가 일하는 서점에 출근 도장을 찍더니 결국 선배와의 대화에 성공하고 만남까지 기약한다. 선배가 쥐어준 찢어진 빨간 우산에 비를 흠뻑 맞고도 싱글벙글이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예쁘다. 얼굴에 설렘과 부끄러움을 가득 담았다. 사랑에 빠진 20대 여성의 영락없는 모습이다. “비 오는 4월의 오후. 나는 다시 선배를 만났다. 내 머릿 속에 마치 그림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선배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 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의 아름다움을 그린 ‘4월 이야기’를 보며 소녀시대가 떠올랐다. 4일 한 매체가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스테파니 황ㆍ25)와 2PM 멤버 닉쿤(26)이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2PM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단계인 만큼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고, 소녀시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써 티파니는 9명의 소녀시대 멤버 중 연애 사실이 공개된 4번째 멤버가 됐다. 올해 1월 1일 소녀시대 멤버 윤아(임윤아ㆍ24)는 가수 이승기(26)와 연애 중임을 공식인정했고, 그로부터 이틀 뒤 1월 3일 수영(최수영ㆍ24)은 배우 정경호(31)와의 연애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1일 효연(김효연ㆍ25)은 지인과의 장난으로 일이 불거져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지인이 효연과 연인 관계였던 작가 김준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녀시대의 연애는 미디어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미 연인 관계가 끝났다고 밝혔음에도 효연과 김준형의 연애 당시 사진을 집요하게 물고 넘어지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과거 두 사람의 데이트사진은 물론 사석에서 찍은 사진도 끊임없이 쏟아진다. 연애가 종료된 두 사람의 과거사진을 공개하며 필요 이상으로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 싶다. 20대의 여성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다투고, 헤어지는 건 당연하다. 공인이자 아이돌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지만, 원치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과거 연애사와 사진 등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에 대해 효연은 과연 어떻게 느낄까.
포털사이트에 ‘소녀시대’를 치면 ‘연애시대’가 연관검색어로 함께 뜬다. 소녀시대의 평균 나이는 24.5세. 연애를 즐기는 게 이상할 것 없는 나이다. 아이돌 가수를 비난하고 판단할 수 있는 준거 기준은 남자친구의 여부가 아니라, 가창력과 무대 매너다. 상품성은 하락했겠지만, 그건 대중이 아닌 소녀시대가 감내할 몫이다.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숨기고 싶은 과거 둘 만의 추억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4월 이야기’의 슌지 감독은 “사랑에 대한 얘기를 빼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사랑은 불가결의 고귀한 것이며 인생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랑은 축복 받아 마땅하다. 과거의 연애는 덮어주고, 현재의 사랑은 축복하자.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