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제34회 서울문학회가 열렸다.
서울문학회는 2006년 라르스 바리외 전 주한 스웨덴 대사가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주한 외교관들과 만든 모임이다. 지금은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문학회는 고은 시인을 시작으로 고 박완서, 황석영, 이문열, 공지영, 윤흥길, 오정희 등 다수의 국내 대표 작가를 초청해 이들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문학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날 강연에는 주한 코트디부아르 대사관과 주한 필리핀 대사관 관계자들을 비롯해 스벤 호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환교수 등 20여명이 참가했다.
제34회 서울문학회 강연자는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2004),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2006), ‘김 박사는 누구인가?’(2013),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2009) 등을 펴낸 이기호(42)씨(광주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에게 한국 사회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소개받은 이씨는 “소설 쓸 때는 현실에 발붙여 사는 이기호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예를 들어 연극배우들이 ‘햄릿’을 연기할 때 이전의 삶은 지워지고 오로지 햄릿에게 몰입하는 것처럼 소설가들은 새로운 소설에서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런 경험을 한 번씩 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화가 되고 작품을 쓰기 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굉장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참석자들에게도 소설 읽기에 그치지 말고 창작에 도전해볼 것을 권유했다.
이후 그는 단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낭독했다. 그가 2010년 벚꽃으로 유명한 경남 하동 쌍계사 인근 민박집에서 보름간 두문불출하며 쓴 작품이다.
그는 “학생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소설을 쓰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절대 고독 같은 게 필요하다”면서 “소설가가 되거나 작가, 시인이 되려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감옥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씨는 낭독이 끝난 후 참가자들의 질문과 요청을 받는 자리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숨기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꽤 많은 것 같다”면서 “저는 이러한 부분들이 어쩌면 우리 개인 자신 모두의 진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그 진실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흉측할 수 있고 기괴할 수도, 끔찍할 수도 있다”면서 “대부분은 이러한 모습을 보더라도 덮어버리려 한다. 제가 소설 속에서 주로 다루고자 하는 인물은 이를 덮어버리려 하지 않고 진실을 부여잡고 보기 이전과 보고 난 이후의 삶이 달라진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이 자리에서 손에 잡히는 어떤 것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래도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문학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