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 시즌 4강전에서 맞대결한 바 있다. 당시 도르트문트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골득실차에서의 우세를 바탕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도르트문트는 1차전 홈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둬 2차전 원정에서 0-2로 패했음에도 득실차에서의 우세로 레알을 물리쳤다. 올시즌 역시 레알이 절대적으로 우세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도르트문트는 또 한 번의 이변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올시즌 현재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우선 주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경고 누적으로 레알 원정에 출전하지 못한다. 지난 시즌 4강전 1차전 홈경기에서 레반도프스키는 팀이 기록한 4골을 홀로 책임졌던 바 있어 그의 공백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주장 세바스티안 켈 역시 레알전을 앞두고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와의 인터뷰를 통해 “레반도프스키는 대체 불가”라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올시즌에도 공식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며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16골, DFB 포칼(독일컵)에서 1골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려 6골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도 도르트문트는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마츠 훔멜스가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그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 네벤 수보티치는 장기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고 일카이 귄도간, 스벤 벤더, 마르셀 슈멜처, 야쿱 블라지코프스키 등도 부상 중이다. 여기에 마리오 괴체는 올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결과적으로 3일 레알과의 1차전 원정경기에 지난 시즌 4강전 1차전에 뛰었던 선수들 중 출장이 가능한 선수는 골키퍼를 포함해 단 4명이다. 반면 레알은 당시 최전방에 포진했던 곤잘로 이과인과 오른쪽 윙으로 출전한 메수트 외질 등이 이적했고 새마 캐디라가 부상으로 빠진 정도다. 마르코 로이스가 전방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전형적인 공격수가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만큼 특유의 원활한 조직력이 살아나야 한다.
결국 도르트문트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탄탄한 수비벽을 구축한 이후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것이다. 훔멜스는 “바늘 하나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수비를 촘촘하게 하면서 공격시에는 빠른 역습을 전개해야 한다”며 “약점만 간파한다면 이길 수 없는 팀은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2일 새벽에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간의 경기에서는 맨유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4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도르트문트 역시 레알을 상대로 승리하기 힘들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포기할 수 이유다.
맨유는 바이에른을 상대로 홈이지만 철저하게 점유율을 포기했고 역습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세트피스 상황도 철저하게 이용했다. 전반 종료 5분여를 남기고 대니 웰백이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한 것도 역습 상황에서 웨인 루니가 빠르게 전방으로 패스해 준 공이었고 득점을 올린 장면도 코너킥이었다.
도르트문트로서도 점유율 면에서는 뒤질 가능성이 높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등 측면 자원들이 이대일 패스를 통해 위험지역으로 침투하는 것을 철저히 봉쇄하고 역습에 치중한다면 의외로 레알을 괴롭힐 가능성도 있다. 로이스, 피에르-에메릭 아우바메양, 헨릭 므키타리안, 케빈 그로스크로이츠 등 발빠른 공격 옵션들을 보유한 도르트문트라면 1~2명만의 부분 역습을 통해서도 레알을 괴롭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맨유와 도르트문트의 현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 도르트문트는 수많은 부상자들로 신음하며 기존 선수들의 체력에도 과부하가 걸린 상태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난 시즌 과시했던 전방위적 압박을 올시즌 맞대결에서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장기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2위를 지키고 있다. 레알이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단기전 승부인 챔피언스리그인 만큼 도르트문트가 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