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화려하면서도 고요… 아름다움의 절정 '동백나무'

입력 2014-03-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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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순의 신비로운 나무의 생태

한때 뭇사람들의 금선(琴線)을 울렸던 노래 가락을 좋아한다. 이것이 이름 있는 시인의 작품이 아니라도 상관없이 좋다.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 아가씨….”

왜 동백꽃이 이러한 슬픈 줄거리로 노래에 나타나는지 나는 모르고 있지만 동백꽃은 아직 젊은 여성에게 큰 매력을 주는 것이 아닐까.

동백나무는 꽃이 아름답고 잎 또한 좋아서 일본에서는 많은 품종들이 알려지고 있다. 품종의 분류는 주로 꽃 모양(홑꽃 또는 겹꽃), 꽃의 크기, 꽃 색깔 등을 근거로 하고 있고 수백 가지의 품종이 있다. 이런 변이가 발견되면 그때마다 하나의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데 있다. 앞으로도 많은 동백나무의 품종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눈이 오는 데도 동백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그 안에 무서울 정도의 열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지 끝쪽에 꽃이 붙는 것도 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정열의 폭발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붉다 못해 토해 버린 피의 농도를 높였고, 진하다 못해 흰색까지 마셨으니 더 부드럽다 못해 아직은 햇볕을 못 본 젓가슴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수줍어 눈을 감고 내미는 첫 입맞춤에서 감미로움을 느낀 것은 동백꽃잎이 아니라 오히려 아가씨의 것이었다. 색깔 중에서 색깔을 골랐고 부드러움 중에서 부드러움을 골라낸 동백꽃잎에는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이 있어서인가, 그것은 아름다움의 절정이요, 부드러움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불같은 사랑의 꽃, 그것은 동백꽃이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로 하는 데에는 동백나무로선 불만이 없지 않다. 추운 겨울이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를 알지만 그들은 혹한기에 꽃을 피워 보기까지는 못했지 않은가. 이 점을 내세운다면 동백꽃 쪽이 훨씬 뛰어나다. 잎으로보다는 꽃잎으로 추위를 견디는 그 기개(氣槪)는 더 높이 찬양돼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동백은 겨울을 상징하는 계절의 꽃이다.

동매(冬梅)와 함께 나란히 서고 싶다. 추위를 이긴다는 점에서는 동백꽃이 상징일지도 모른다. 추위와 어려움을 극복하면 으레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옛사람들은 동백을 청렴과 절조 굳은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고 거기에 높은 가치관을 부여했다. 때로는 동백나무를 엄한지우(嚴寒之友)에 넣어 제일화(第一花)로 치켜세운 것도 이유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같이 청순(淸純)과 아취(雅趣)를 바라보는 강렬한 동경에도 불구하고 동백나무의 벌거벗은 아름다움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우미(優美)와 선려(鮮麗)라는 반대 방향의 가치도 응시하면서 이 두 가지 면을 모아 한층 더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그것을 바라보는 미(美)의 의식도 배양돼 왔다.

화사한 봄날에 피는 개나리, 살구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진달래 등은 그 꽃에서 고요함을 찾기 어려우나 동백나무에선 소리 없는 고요함을 찾을 수 있다. 화려하면서도 고요하기란 어려운 것인데 동백나무 꽃은 그것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고요하지 못한 것은 대체로 전시적인 느낌이 더하다. 적막한 느낌 그것은 동백꽃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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