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묻지마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약 시행을 위한 재원 확보까지 고민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급조성 복지 공약이 국가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새누리당은 최근 국가건강검진 대상을 20~30대 전업주부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은 누적 흑자인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선심성 공약이라는 눈초리를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이와 함께 보건소에서만 가능한 65세 이상 노인의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모든 병·의원으로 확대하고, 치매예방·재활센터도 향후 4년간 200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노인층 공략을 위한 선심성 공약인 셈이다.
신당 창당으로 6·4지방선거와 7·30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과 한판승을 예고한 새정치민주연합도 ‘민생과 복지’ 강화를 내세웠다. 신당 지향점으로는 ‘정의로운 복지국가’가 포함됐고, 1호 법안으로는 복지3법을 택했다. 그간 우니 좌니 하는 이분법적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보자는 거다. 취지는 좋지만 지지층의 외연확대를 꾀하는 가운데 내놓은 정책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아울러 국민생활비 부담 경감책 일환으로 대학입학금의 단계적 폐지를 공약했다. 국공립대 입학금은 즉시폐지, 사립대학 입학금은 3년 내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제도 개선’ 추진으로 해결하겠다며 두루뭉실한 답을 내놨다.
지방선거의 복지 공약 중에선 ‘공짜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기도지사 예상후보들 사이에선 이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공약을 처음 제시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은 재원마련에 대해 “곧 실행계획을 밝히겠다”고 할 뿐, 더는 언급이 없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은 정치적 지지를 얻는 것 뿐”이라며 “공짜공약은 이렇게 타락한 정치환경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라고 지적했다.
선거철 선심성 공약은 정치권의 단골메뉴다. 아무리 “표를 얻기 위해 영혼까지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구호성 공약만 남발되면 전체적인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밋빛 공약에 멍든 민심은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한다.
여야는 이번 선거만큼이라도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이 담긴 공약가계부 등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한다. 그것이 여당이 말하는 ‘책임정치’이고, 야당이 말하는 ‘새정치’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