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4-03-2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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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받은 사람을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어차피 모든 시상에는 기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 같은 단체 종목에서 메달을 딸 경우에도 선수들의 기여도에 따라 포상금을 차등배분할 정도로 시상에는 기준이 철저하다. 훈장 수여라면 기준이 엄격함은 당연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지난 한 주 스포츠계는 피겨 퀸 김연아의 체육훈장 청룡장 수여 문제로 시끄러웠다. 청룡장은 스포츠 선수를 비롯해 체육계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체육 훈장이다. 이는 가장 높은 등급의 훈장으로 이하 맹호장(2등급), 거상장(3등급), 백마장(4등급), 기린장(5등급) 등의 순서다.

그간 청룡장을 받은 선수들은 적지 않다. 빙상, 유도, 배드민턴 등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딴 종목들에서 많았고 최경주와 박세리 등도 청룡장을 받았다. 오랜 기간 양궁 대표팀 감독을 지낸 이기식 감독이나 박태환을 발굴한 노민상 감독 등 지도자들도 청룡장 수상자들이다.

당초 청룡장은 서훈 기준이 1000점 이상이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500점으로 높아지면서 ‘피겨 퀸’ 김연아가 수상할 수 없게 됐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상 대상자에서 누락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수상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기준을 높인 것으로 이미 이에 대한 기준은 일찌감치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결정됐지만 김연아가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크게 부각됐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분야 유공자 서훈 기준 특례 조항'을 적용해 김연아에게 청룡장을 수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하지만 박태환의 경우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태환은 이미 청룡장을 받고도 남을 점수를 얻었다. 청룡장 기준이 1000점에서 1500점으로 오른 점을 감안해도 이미 넘었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를 땄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각각 획득했다. 그밖에 세계선수권까지 포함하면 박태환의 서훈점수는 무려 3800점이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도 청룡장 2개를 받고도 800점이 남는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아직(?) 받지 못했다.

▲인천시청 입단식 당시의 박태환(사진=뉴시스)

이유는 간단하다. 훈장은 본인이 직접 신청해서 받는 것이 아니다. 해당 선수의 경기 연맹에서 이를 파악해 문체부에 추천하면 이는 다시 훈장 수여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로 넘어가고 안행부에서 훈장을 최종 수여한다. 결국 수영연맹에서 추천을 하지 않으면 문체부나 안행부 역시 독자적으로 훈장을 수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잘 알려진대로 박태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2개를 획득한 것에 대한 포상금도 지난 2월 초에야 겨우 있었다. 대회 이후 무려 18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받았고 그 과정에서는 포상금을 다이빙 유망주의 훈련에 쓰겠다는 연맹의 독단적인 결정도 있었다. 한마디로 우여곡절 끝에 받은 포상금이었다.

대체 박태환이 어떤 잘못을 한 것일까. 런던올림픽 일정을 일찌감치 끝낸 뒤 폐막식까지 현지에 남아있기보다 먼저 귀국하고 싶다고 한 것이 그리 큰 잘못인가. 수영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한 것이 그렇게 눈 밖에 날 일인가.

아마도 수영연맹은 곧 박태환에 대한 청룡장 추천을 뒤늦게 할런지도 모른다. 포상금을 지급할 당시에도 “관련 예산이 없었다”는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던 연맹이 이번에는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물론 듣지 않아도 그 답변은 또 한 번 옹색하기 짝이 없을 것이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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