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자와 현아, 섹시 가수에 대한 시선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3-2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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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추자와 현아, 섹시 가수에 대한 시선은? [배국남의 직격탄]

그녀가 돌아온다. 엄청난 화제다. 그녀의 33년 만의 복귀소식만으로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다. 1969년 ‘늦기 전에’로 데뷔, ‘거짓말이야’ ‘님은 먼 곳에’ 등으로 1970년대 폭발적 인기를 끌며 섹시 디바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김추자(64)다.

걸그룹이 컴백한다. 시끌벅적한 논란이다. ‘오늘 뭐해’음원 발표와 함께 공개한 뮤직비디오 속 멤버의 노출과 선정성에 대한 매체의 집중포화가 가해진다. 섹시와 선정성의 아이콘이 된 현아가 소속된 포미닛이다.

걸그룹은 이제 성애(性愛)적 이미지를 확대재생산 하며 선정성을 전면에 내세운 몸과 성의 상품화 전령사 등가물로 읽힌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부터 시민단체, 수많은 언론까지 가세해 걸그룹의 성의 상품화와 선정성을 질타한다. 하지만 여가수 특히 섹시함을 드러낸 여가수에 대해 쏟아내는 단선적 비판과 획일적 비난은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어떤 유행가가 힛트를 갈겼다고 하는 데는 레코드 제조회사의 자본력과 판매망과 선전이 비례하고 있는 것이며 작금에 와서는 유행가수에 미인가수를 예찬하는 경향이 대두하고 있고 마치 영화배우의 미모가 상품가치를 많이 갖게 하듯이 개인의 미가 유행가의 유포에 영향하게 된 것을 보니 바야흐로 에로티시즘의 퇴폐시대다.’ 1937년 11월 발행된 잡지 ‘조광’에 실린 한 가요 비평 중 일부다.

77년이 흐른 2014년, 오늘의 걸그룹과 여가수에 대한 언론이나 시민단체, 정부기관의 비판과 비난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요즘 걸그룹의 의상과 퍼포먼스, 외모, 몸매에 대한 언론의 선정성 비판의 본질과 일맥상통한다. 여가수에 대한 특히 섹시한 이미지의 가수에 대한 질타와 비판의 초점은 오로지 선정성과 성의 상품화에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규제 강화와 징계 필요성의 역설로 연결된다. 비판과 비난, 그리고 질타의 시선은 매우 획일적이고 단선적이며 경직돼 있다.

1970년대 김추자, 1980년대 김완선, 1990년대 엄정화, 2000년대 초반의 이효리 그리고 2014년의 무수한 걸그룹은 대중음악평론가 최지선의 지적처럼 뇌쇄적인 관능성으로 중무장한 뒤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 요염한 춤과 자극적인 목소리로 대중을 유혹해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이 반영된 상상적 욕망의 대상으로, 스펙터클한 소비자본주의 화신으로 군림해왔는지 모른다.

또한, 문화평론가 이성욱이 ‘김추자, 선데이 서울 게다가 긴급조치’에서 “김추자의 노래 문법은 이미 지배화 되어 있던 무의식적 노래문법에 파열의 지점을 확실히 각인해 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틈새와 이단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수용자는 그 제공으로 인해 자신의 음악적 반향이 스펙트럼을 넓게 그리고 다채롭게 조형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듯 섹시와 선정으로 매도해 보지 못한 김추자의 음악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물론 서울대 기초교육원 김수아 교수가 논문 ‘걸그룹 전성시대에 당신이 상상하는 것들’을 통해 “걸그룹의 이미지는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결정되고 제작됐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남성적 시선에 종속되어 성적 대상으로 도구화된 몸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듯 걸그룹의 성애적 볼거리화되기를 산업적 요구에 따른 조작적 이미지로 파악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걸그룹의 섹시한 이미지와 음악, 퍼포먼스가 남성중심의 시선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전복을 꾀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섹시가수나 걸그룹 등 대중문화 텍스트를 해독하고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수용자는 텍스트의 표면적이고 단선적 의미만을 따라가는 순응적 해독, 그리고 자신의 세계관과 경험에 근거해 수용하는 타협적 해독,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을 저항적으로 읽어내는 저항적(비판적) 해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섹시한 가수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나름의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를 한다. 그런데도 상당수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기관들은 획일적 시선과 해독만을 강요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중문화를 죽이는 가장 무서운 해악이다. 획일적 시선의 강요는 사회와 민주주의를 죽인다.

33년 만에 복귀하는 김추자와 선정성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현아를 보며 섹시와 선정성 비난의 시선에 가려진 그녀들의 음악적 의미나 퍼포먼스적 가치를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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