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쓴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을 찾은 가정주부 최모 씨. 이왕 사는 거 최고급 제품으로 사려는 생각이었지만, 점원으로부터 제품 가격을 듣고는 마음을 바꿨다. 프리미엄급 제품 가격이 무려 600만~700만원에 달했던 것. 최 씨는 “기능이 좋아졌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며 “결국 한 단계 낮은 사양의 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생활가전 제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물론 사양과 기능을 높였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가 올해 내놓은 냉장고, 청소기 등 가전제품의 최고급 라인 가격은 지난해 제품보다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34%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출시한 ‘셰프컬렉션’냉장고 4종 중 출고가가 가장 비싼 모델은 739만원이다. 유럽의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공동 기획한 이 제품은 프리미엄 앞에 ‘슈퍼’가 붙으면서 가격이 7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서 가장 고가 제품이었던 ‘지펠 T9000’(549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34.6%(190만원)가 올랐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2014년도 모델인 ‘디오스 V950’ 냉장고의 가격도 639만원으로, 지난해 ‘디오스 V9100 카림시드’(500만원)보다 27.8%(139만원) 높아졌다.
청소기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선언하며 지난해 6월 출시한 ‘모션싱크’의 가격은 75만원. 하지만 출시 4달 후 곧 바로 신형 모션싱크 청소기를 내놨고, 가격은 99만원으로 32%(24만원) 올랐다. LG전자도 지난해 출시한 로봇청소기 로보킹 듀얼아이(79만9000원)보다 10만원 가까이 올린 신형 ‘로보킹 2.0’를 올 초 출시했다.
세탁기는 현재 삼성전자의 버블샷 3, LG전자의 식스모션 터보샷 프리미엄 제품이 200만원대 초반이다. 삼성은 기능을 더 강화한 프리미엄 세탁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200만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
이처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까닭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전업체들이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어려워도 초고가 제품의 경우, 살 사람은 산다는 얘기다.
또 값싼 제품보다 품질을 우선으로 여기는 유럽인을 잡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절실하다. 실제로 독일 가전업체인 밀레가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 가격은 800만원대. 1년여 전만 해도 두배 이상 가격이 차이가 나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나란히 2015년 가전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만큼, 앞으로도 프리미엄 가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