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사진> 추기경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와 한국언론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초청 담화회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한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나라에는 선교사가 와서 복음을 전한 게 아니라 학자들이 연구하다가 복음을 가서 받아온 역동적인 모습이 있고 사제들이 없는데도 50여년간 박해를 받으며 살았다”며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와서 남북 화해의 싹이 돋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염 추기경은 북한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망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서로 화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정치적인 것은 다른 문제이고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염원이 있으며 교황도 그런 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이날 담화회에서 빈부 격차와 가정의 해체, 자살률의 증가, 취업난 등 한국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갈등과 미움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형제애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형제애를 증진하고 빈곤을 물리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의 실천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대 교구 내 각 성당이 예산의 10분의 1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못 쓰고 있다”면서 “이런 것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역동적이고 역사적인 사제들의 활동에 공감하는 게 많다”며 “역사가 바뀜에 따라 해야 할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귀를 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의를 갖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