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 KT ENS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KT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했으나, “KT가 사업성을 검토하는 데만 석달에서 넉달이 걸려 시간이 촉박했다”라는 말로 자금지원 요청 사실을 시인했다.
이번 KT ENS 법정관리를 초래한 기업어음(CP) 491억원 정도는 KT의 자금 능력을 벗어난 규모도 아니다.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어려움을 내팽개친 KT의 냉정함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일각에선 황창규 신임 회장이 ‘탈통신’으로 대변되는 이석채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는 ‘꼬리자르기’에 본격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T 스스로도 태양광 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KT ENS의 자금 요청을 끝내 거절한 이유가 단지 ‘시간이 촉박해서’라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각에서다.
황 회장의 취임 후 현재까지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석채 지우기’, ‘정상 기업’, ‘다시 통신’으로 요약된다.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통신대표기업 1등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모든 계열사에 대한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업계에선 KT가 통신 영역과 연관성이 낮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계열사 상당수를 정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KT ENS에 대한 지원 거절은 황 회장의 ‘이석채 지우기’ 행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다른 비통신 계열사에도 파장이 미칠지 관심이다.
KT 측은 이와 관련해 “급격한 자금경색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KT 관계자는 “법정관리 절차에 따라 향후 리파이낸싱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사업의 타당성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