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에 가려진 인권…위태로운 일반인 예능

입력 2014-03-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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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출연 동의서 전면적 보완…인권 보호하는 규정도 만들어야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이 방송 3년 만에 폐지됐다. 한 여성 출연자가 촬영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방송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했던 한 여고생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미와 시청률을 위한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에 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도구로 이용되고 있고, 여론 비판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 시즌3에 참여했던 예리밴드 보컬 유예리는 “편집의 왜곡이 있다”며 도중 하차했다. ‘슈퍼스타K’ 참가자 이지혜는 예의 없는 언행과 행동이 부각되며 질타를 받았고 “난 배려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눈물을 흘리며 하차했다.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의 등장과 ‘신상털기’도 2차 피해를 양산한다. ‘짝’은 쇼핑몰 등 사업 홍보 목적, 성인방송 출연, 애인 유무 등 다양한 형태의 논란에 시달렸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거짓 연출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감수해야만 했다. 지난해 SBS ‘K팝스타3’에 출연했던 김은주는 방송 직후 소위 ‘일진’ 논란에 휘말려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결국 소리 소문 없이 방송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SBS ‘송포유(Song for you)’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송포유’는 학교폭력, 왕따 등 예민한 소재를 다뤘고, 일부 출연자들의 인터뷰와 행동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시청자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대안학교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로 이야기한다는 프로그램 본연의 취지는 사라졌다.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방송 초반에는 예쁜 아이들의 SNS부터 털리기 시작했다. 개개인의 신상이 다 공개되고 융단폭격처럼 비난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입각해 출연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출연자들은 극심한 경쟁 상태나 극한 상태에서 제작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청률에 얽매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방송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근본적으로 방송에서 리얼은 존재할 수 없다. 방송은 어떤 충격에 대한 반작용을 원하기 때문에 점점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결국 방송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 원칙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규정을 엄격히 해야 한다. 또한 출연자 인권을 보호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자 단체 매비우스 노영란 사무국장은 “출연자의 출연 동의서에 대한 전면적 보완이 뒤따라야 하고 제작자 위주가 아닌 출연자 위주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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