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원대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가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은행·저축은행 등 피해 금융회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원이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기업의 모든 채권행사가 동결돼 집행이 연기되고 또 피해금 일부를 아예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KT ENS가 돈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꼬리자르기’ 식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사기 피해를 입은 KB국민·하나·농협은행은 이번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대출금 일부를 돌려받기 힘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은행은 충당금을 모두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고정이하 채권으로 분류해 쌓았다.
가장 큰 손실을 본 하나은행은 지난 5일 KT ENS 대출 피해에 따른 충당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200억원에서 860억원 줄어든 9338억원으로 정정 공시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대출사기 피해액 297억원을 지난해 실적에서 손실로 잡고 대출사기에 따른 피해액 전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도 피해액 296억원 전액을 지난해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KT ENS는 KT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당초 부도처리가 점쳐진 상황에서 법정관리 신청 발표돼 은행들은 더욱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피해 은행들은 KT ENS가 소송에서 불리하다고 판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석 KT ENS 회장은 “검찰 조사가 나와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저희보다 금융기관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며 “그럼에도 이런 CP를 발생하고 설계한 금융기관 입장으로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 앞서서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