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망가까? 우리 둘만 있는 데로 도망가까?” “할배 마지막 길, 니가 쫌 지키도 동석아.” “동석이도 착하고 해워이도 착하고 다 착하다” “내가 귀한 손녀를 뭐한다고 패 직이노. 아나 우리 강아지 이거 무그라. 허허”
참 좋은 가족 이야기에 주말 안방극장이 훈훈함으로 물든다. 구수한 사투리도 더해져 정감이 넘친다.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막장이 판을 치는 안방극장을 애틋하고 진솔한 가족 이야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경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전문가들은 ‘따뜻하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착하다’ ‘편안하다’ ‘잔잔하다’ ‘아름답다’ ‘애틋하다’ 등의 말로 표현했다.
‘참 좋은 시절’ 시놉시스 마지막에는 ‘자동차에 기름도 다 채웠고 떠날 준비가 됐으니 떠나 봅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작가가 쓰는 작은 글귀 하나도 그의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고 했을 때 해당 구절은 ‘참 좋은 시절’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드러낸 부분임에 틀림없다.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김태영 PD는 “향수가 느껴졌다. 한창 바쁘고 정신없어 힘들 때 기획안을 받았는데 시놉시스를 읽고 힐링이 됐다”며 “작가의 정서를 담아내니 작품도 따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애절하고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를 내세워 처절하고 비극적이게(‘미안하다 사랑하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그리거나 코믹하면서 따뜻하게(‘상두야 학교가자’ ‘고맙습니다’) 담아낸다. 한 남자의 결핍에서 오는 아픔을 채워주는 것은 바로 따뜻한 사랑을 주는 여자다. 신주진 드라마 평론가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이 작가의 드라마에서 사랑은 절대적이다. 주인공들은 사랑 때문에 절망하고 사랑 때문에 살아갈 수 있으며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서만 상처를 치유받고 영혼을 구제받는다”고 전했다.
이 때문일까. 이 작가는 매번 작품을 집필할 때마다 힘들어하고 아프다고 한다. 이번 ‘참 좋은 시절’을 쓰면서도 병원에 입원했다. 눈물 흘리면서 대사를 쓰고 작은 캐릭터 한 명까지 직접 취재하고 파고들어 자신의 감정을 글에 녹여낸다.
이 작가의 오랜 지인인 싸이더스HQ 김상영 본부장은 “울면서 대사를 쓰니까 애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머리로 세상을 판단할 때 이 작가는 가슴으로 세상을 느낀다. 우리가 잘못됐다고 사람을 판단할 때 이 작가는 그 사람이 아파한다고 함께 아파한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에는 그의 이런 성향이 짙게 묻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