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투자자의 지난 10년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개인 투자자’다. 주식 투자자의 세부 특성은 많이 변했지만 수도권 거주 40대 남성의 주식 투자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투자를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거주 40대 남성, “주식하세요?”=분류별로 살펴보면 주식 투자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10년 동안 계속됐다. 지난 2004년 주식 투자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실질 주주는 서울에 94만명(33.5%)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어 경기(19.5%), 부산(7.1%), 경남(4.9%), 대구(4.9%) 순이었다. 같은 기간 소유 주식 수도 서울이 60억9454주(48.8%)로 가장 많았고 경기(17.8%), 부산(6.3%), 대구(4.4%), 경남(3.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돼 지난해에도 실질 주주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146만198명(31.1%)의 투자자가 390억990만주를 보유했다. 서울 거주 주주들의 소유 주식이 전체의 65.4%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서울 거주 투자자들이 시장에 미치는 힘은 더욱 세졌다고 풀이된다. 경기(21.6%), 부산(6.8%), 경남(5.5%), 대구(4.7%) 순으로 투자자들이 많았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의 힘이 가장 컸다. 지난 10년간 주식 투자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은 40대로 집계됐다. 이어 30대, 50대, 60대, 20대, 70대, 10대 순의 투자자 비율은 고착화됐다.
특히 10년간 10대 주식 부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7년, 2008년 미성년자의 주식 보유는 정점에 달했다. 지난 2004년 20세 미만의 주식 투자자 수는 2만6298명으로 소유 주식 수는 4457만주였다. 3년 뒤인 2007년 20세 미만 주주는 5만3337명, 보유 주식 수는 9935만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이듬해인 2008년 미성년 주주 수는 6만2332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 정도 증가했으나, 보유 주식 수는 5억2779만주로 80% 폭증했다. 이후 2012년 20세 미만 주주는 8만3379명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보유 주식 수는 1억5700만주로 뚝 떨어졌다.
주식 투자자는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항상 높지만, 최근 들어 여성 투자자의 증가폭이 조금 더 앞서는 추세다. 남성 주식 투자자는 2004년 175만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60.8%를 차지했다. 여성은 113만명(39.2%)에 불과했다. 남성 투자자의 경우 2007년 200만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기준 284만명(59.9%)까지 성장했다. 여성 투자자는 아직까지 200만명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성 투자자는 2013년 191만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40.1%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10년간 주식 투자자 10명 중 9명은 ‘개인’=‘적토성산(積土成山, 티끌 모아 태산)’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에서 머릿수가 가장 많은 주주는 ‘개인’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조사기간 중 단 한 번도 98%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2004년 290만3330명으로 전체 주주의 99.4%를 차지했다. 2년 뒤인 2006년에는 303만2188명(99.3%)을 기록하더니 2009년에는 413만5131명(99.5%)으로 ‘개인투자자 400만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기준 개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 투자자의 98.9%에 해당하는 475만2363명을 기록 중이다.
국내 증시에 영향력이 큰 투자자는 단연 법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머릿수와 실질 보유 주식 수 양쪽 다 법인, 외국인 투자자를 앞섰다. 2004년 기준 개인 투자자의 주식 수는 129억5031만주로 전체 주식의 49.1%를 차지하는 반면 법인은 84억9178만주(32.2%)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10년 뒤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2013년 개인 투자자의 보유 주식은 315억2533만주(47%)로 보유비율이 2.1%포인트가량 떨어졌지만 법인 투자자는 275억3475만주(41%)를 보유하며 10년 전보다 보유비율이 8.8%포인트 향상됐다. 법인 투자자 수가 2만여명으로 개인투자자(475만여명)의 0.4%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진 셈이다.
◇외국인 참여 늘어나=국내 주식 투자자의 글로벌화도 눈에 띄는 변화다. 외국인 주주 수는 지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지난 2004년 7224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주주는 2007년 1만196명을 기록하며 ‘외국인 주주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후 외국인 주주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만6023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도 2004년보다 약 30% 늘었다. 당시 외국인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는 49억1684주로, 지난해 71억3080주보다 22억주가량 적다.
특히 최근 외국인 주주 비율이 증가한 회사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2004년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회사는 지투알(지분 82.5%), 국민은행(76.2%), 한국외환은행(71.8%), 포스코(68.9%) 등 총 23개사였다. 이후 2010년까지 20개사 수준을 유지하다 2012년부터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회사들이 폭증했다. 그해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50%를 넘어가는 회사가 33곳을 기록하며 전년 17개 대비 200%가량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2% 증가한 40개사를 기록했다.
다만 외국인 주주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4년 외국인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는 전체 주식 시장의 18.7%를 차지했지만 2013년에는 10.6%로 8.1%포인트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