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먹구름에 구리값이 연일 추락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이 1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2.6% 급락한 t당 6608달러(약 705만원)로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LME 구리값은 최근 2거래일 동안 6.6% 급락했다.
전세계 구리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하면서 구리 등 상품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상하이 소재 차오리솔라가 지난 7일 회사채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서 중국은 회사채시장 사상 첫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
중국의 지난 2월 수출은 전년보다 18.1% 급감했고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 하락해 디플레이션 불안까지 커진 상태다.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는 구리 이외 다른 산업용 금속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LME에서 아연 가격은 지난 6일 이후 3.1%, 납이 2.9%, 알루미늄이 1.4%, 니켈이 1.2% 각각 빠졌다.
그러나 구리는 건자재와 전자제품 등에 두루 쓰이기 때문에 특히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구리 5월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 급락해 하루 변동폭 한계치에 이르렀다.
상하이 구리 가격은 t당 4만6670위안으로 지난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한 금속 트레이더는 “시장이 갑자기 구리의 수요 측면, 특히 중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전문가들은 지난 5~10년간 구리값 강세를 이끌었던 중국 수요가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의 구리 수입은 견실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 1월 전기동(순도 99% 이상의 구리) 수입은 39만7459t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2월은 수입이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27% 늘어난 수치라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 구리는 공장 등 산업현장으로 직행하는 대신 상당수가 재고창고로 향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구리 재고는 지난주까지 8주째 증가했으며 중국 전역 보세창고 내 구리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 74만5000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 말의 82만5000t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