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원 브랜드숍’ 춘추전국시대 '출혈경쟁'

입력 2014-03-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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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깎기’식 할인 수익 악화… 해외사업 올 실적 좌우될듯

지난 2000년 ‘3300원 제품’을 앞세워 미샤를 탄생시킨 에이블씨엔씨는 2002년 5월 매장 1호점을 내며 브랜드숍 시장을 구축했다. 2002년 3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10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해 지난 2012년 4523억원을 기록했다. 계속 지켜왔던 업계 선두 자리는 2005년 더페이스샵에 빼앗겼지만 2011년 재탈환에 성공하며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다시 1위 자리를 더페이스샵에 내줬다. 2007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작년 2분기에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면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은 미샤는 작년 매출이 8년 만에 꺾이고,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브랜드숍 신화’가 흔들리면서 국내 브랜드숍 시장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샤를 비롯해 일부 브랜드숍이 지나친 할인경쟁에 발목이 잡히면서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 매각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중견 원브랜드숍의 매출 원가율 40%↑·수익악화 극심 = 원브래드숍(한 브랜드만 판매하는 브랜드 매장)의 수익악화가 극에 달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작년 총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 줄어든 4424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19.4% 성장한 5230억원을 기록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다시 꿰찼다. 더페이스샵과 미샤의 매출액 격차는 806억원가량이다. 영업이익도 미샤는 75.4% 급감한 132억원을 기록, 더페이스샵의 911억원과 큰 차이를 나타냈다.

미샤 측은 실적 부진의 주 요인으로 △경쟁 심화에 따른 매출 성장세 둔화 △광고 및 프로모션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대기업 계열인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는 작년 매출액이 각각 3372억원(20%↑), 3328억원(45%↑), 영업이익은 261억원(9%↑), 498억원(37%↑)으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반면, 규모가 작은 중견업체 브랜드인 스킨푸드와 토니모리, 홀리카홀리카,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등의 수익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나친 할인 경쟁이 주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 원가율은 28~29%선인데 반해 중견 브랜드숍의 매출 원가율은 40%를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원가율이 높다는 것은 총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수익을 올리기 힘든 사업구조를 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출 원가율이 높은 사업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매출 증가를 도모하기 위해 할인 경쟁은 지속되고 있다”며 “일부 브랜드들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한계치에 도달해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 돌렸다… 업계 구도 재편 불가피 = 국내 브랜드숍 시장의 순위 변동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1위에 올라선 더페이스샵을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미샤가 맹추격함에 따라 선두그룹 내 순위 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위권 브래드숍의 경우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업계 구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브랜드숍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서 해외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업체들은 올해 경영계획을 모두 해외사업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올해 중국 시장에 집중, 7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매출이 4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0%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 더페이스샵 측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중국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합작법인을 설립, 총판 체제에서 직접 운영체제로 전환했다”며 “매장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샤도 해외사업 강화에 역점을 두고 매출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캐나다, 체코 등에 매장을 열고 북미와 유럽 시장을 테스트 중이다. 이니스프리 역시 올해 중국서 매출을 끌어올리고, 태국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국에서는 연내 100개점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브랜드숍 업계 판도는 해외사업의 성과 여부에 달려 있다”며 “브래드숍의 해외 진출 지역이 확대되면서 해외에서 업체들 간 경쟁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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