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이 돌아왔다]증권사, 사상 최악 실적… CEO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14-03-04 10:15 수정 2014-03-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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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앞둔 증권사 수장 ‘살얼음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좌불안석이다. 증권사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하면서 임기가 만료된 상당수 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업황 악화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CEO 교체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결산월을 3월에서 12월로 변경하면서 주주총회도 3개월 앞당겨 이달 개최된다.

◇정기주주총회 앞두고 CEO 거취 주목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총 때 CEO의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는 20여개사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IBK투자증권, LIG투자증권, NH농협증권, 골든브릿지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동부증권, 바로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유화증권, 이트레이드증권, 토러스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의 CEO 임기가 올해 만료된다. 최근 1년 단위로 재신임을 받는 증권사가 증가해 임기만료 대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동양증권, HMC투자증권 등 5개사는 오는 14일 주총을 열 계획이다.

일단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를 거쳐간 CEO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것은 강 대표가 처음이다.

무난하게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대표와 미래에셋증권 변재상 대표도 연임이 유력하다. 유 사장은 연임에 성공할 경우 8년 연속 한국투자증권의 CEO 자리를 지키는 기록을 세운다.

하나대투증권은 각각 자산관리(AM)부문의 임창섭 대표와 투자은행(IB)부문의 장승철 대표 중 장 대표가 통합 CEO에 내정됐다.

우리투자증권과 매각 통합 이슈가 있는 NH농협증권도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전상일 사장 후임으로 안병호 부사장을 내정했다.

지난해 증권사는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회계연도(4~12월) 증권회사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증권회사의 당기순손실은 1098억원이다. 이는 2002회계연도 이후 첫 적자로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관련 자기매매이익 감소 등 대외적 요인 등도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마이너스 0.3%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480%로 9월말 대비 15.9%포인트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 비슷한 상황…교보증권 관심사 =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2008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교보증권 김해준 대표의 거취가 관심사다.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의 연임은 확실시되고 있다.

은행 계열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은 최근의 은행장 교체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에 첫 여성은행장이 임명되는 등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최근 2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사상 최악인 업황 속에서도 중소형사로서 좋은 실적을 낸 만큼 유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BK투자증권 조강래 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매각과 인수합병 이슈에 놓인 LIG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CEO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안심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최근 증권사의 실적부진이 길어지면서 개선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임기와 무관하게 새로운 CEO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임기만료 CEO들과 겹쳐 어느 때보다 많은 수장이 교체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위기를 헤쳐나갈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임기와 별개로 중간에 옷을 벗는 CEO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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