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주주총회 시즌의 관전 포인트는 ‘놈놈놈’이다. 2월 말부터 시작돼 3월 말까지 이어지는 12월 결산 상장사 주총에서는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주요기업 오너일가와 정부 실세나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올리려는’ 회사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또 주요 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이 어떠한 주총 안건을 ‘막을지’, 기관과 외국인이 배당압력을 얼마나 ‘누를지’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오너가 등기임원 재선임 주목 = 올해 주총에서는 오너일가의 등기임원 신규 혹은 재선임 여부가 안건으로 줄줄이 올라왔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주주총회 의안 분석 업체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는 정몽구 회장(현대자동차), 이부진 사장(호텔신라), 이웅열 회장(코오롱), 최태원 회장(SK이노베이션), 신동빈 회장(롯데쇼핑), 이재현 회장(CJ CGV), 조석래 회장(효성), 구본준 부회장(LG전자), 정의선 부회장(현대모비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 등의 등기이사 신규 혹은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 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구자열 LS 회장이 주총에 상정될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조 회장의 두 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 또한 사내이사에 포함됐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고 현대자동차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또한 횡령·배임 혐의로 법원 판결을 받았거나 앞둔 최태원 회장, 이재현 회장 등의 등기이사 연임 여부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올해부터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개인별 연봉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됨에 따라 총수와 대주주들의 행보는 더욱 관심사다. 이미 총수 중 보수 공개의 부담과 함께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놓는 사례도 나와 향후 등기이사직을 포기하는 오너들이 더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전직관료 낙하산 시도 여전… 올해도 전직관료 사외이사 임명 = 올해 주총에서는 기업 총수의 등기임원 올리기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실세나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올리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계속될 예정이다. 대관 로비를 위한 자발적인 혹은 정부 측 요청으로 일명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효성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 이장영 금융연수원 원장을 추천했다. 한국전력공사는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희 인천시 원로자문위원회 위원과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전혁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또 SK텔레콤은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며, LS산전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병국 이촌 세무법인 회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KT&G는 송업교 전 국회의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박동열 세무법인 호람 회장, 이준규 전 세무학회 회장 등을 사외이사 명단에 올렸다.
◇국민연금 역할 관심 = 올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통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에 주총 안건이 국민연금에 의해 ‘좌절될지’ 혹은 ‘통과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국민연금기금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26조9545억원으로, 이 중 84조원이 국내 증시에 투자돼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목소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이 기업주총 안건 가운데 반대표를 행사한 비중은 지난 2005년 2.7%에서 2012년 17%까지 껑충 뛰어올랐지만 지난해 반대 비중이 다시 10%대로 떨어졌다.
반면 국민연금이 올해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반대 의견을 확실히 제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장기재임·불성실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했다.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27조에는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대해 이사 선임에 반대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관·외국인 배당압력 얼마나? = 기관투자가와 외국계 펀드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하게 압박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KT 자회사인 KTcs의 주총에서는 페트라투자자문이 배당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템플턴자산운용 등도 각각 지분을 보유한 삼호개발과 현대산업개발, 휠라코리아 등에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를 주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