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은 떨어졌는데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물가정책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식료품값 부당인상에 대해 느슨하게 대처할 경우 가격 인상 분위기가 다른 업계로 확산돼 서민들의 체감 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품값을 올렸거나 인상을 예고한 식품업체는 10곳이 넘는다. 식품업계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원화강세로 최근 3년 동안 가공식품의 주원료인 수입 설탕은 43%, 원당 32%, 버터 11%, 원맥 7%, 코코아버터는 3% 등 최대 43%까지 원재료값이 하락해 업체들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업계의 얌체 상흔으로 서민 장바구니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 쓸 방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원재료 가격은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돼기 때문에 원가 공개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전가했다는 상관관계를 밝히려면 원가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개별품목에 대한 원가자료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면서 “인건비 상승 등도 기업 내부 자료라 파악이 어려워 실제 원가가 가격상승 요인인지 조차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식품업계의 물가상승 요인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할 경우 이전 정권과 달리 개별품목에 대해 물가 통제를 하지 않은 맹점을 파고들어 가격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고 식료품의 물가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소비자 기본법에도 소비자가 알아야 하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라며 “소비자 알권리 측면에서라도 정부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식료품 가격 인상의 요인에 대한 근거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