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의 상선 수주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3사는 올 1월부터 2월 현재까지 상선 총 68척을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주한 12척보다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주액도 77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34억2000만 달러)보다 128% 늘었다.
수주 규모면에서는 현대중공업이 43억 달러(48척)를 기록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14억4000만 달러(14척)를, 삼성중공업이 20억5000만 달러(6척)를 수주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2월 상선 수주량이 한 건도 없었다가 올해 LPG선 8척와 LNG선 2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 등 총 14척을 수주했다. 여기에 아시아지역 선주사 두 곳으로부터 각각 2척 씩의 추가 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추가 옵션 계약은 선주사가 상황에 따라 2척을 추가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수주도 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달 모나코 스콜피오그룹에서 18만톤급 벌크선 14척, 영국 루벤브라더스로부터 8만2000톤급 벌크선 6척을 수주했다. 대선조선도 지난달 1만2000톤급 석유화학제품선 2척, 3500톤급 석유화학제품선 2척을 수주해 8000만 달러에 이르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LPG선, LNG선 등 에너지·자원 운반선을 수주하면서 경기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최근 각국 정부는 급증하고 있는 자국 내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 청정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에너지 운송 물량 역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잇따른 가스선·원유운반선 발주 역시 늘어나는 자국 에너지 수송물량 충당을 위한 것이다.
무역 거래를 나타내는 컨테이너선 수주 증가도 경기회복의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에는 유럽 지역 선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5억8000만달러(6179억원)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도 컨테이너선 13척을 수주하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여기에 경기에 민감한 그리스 선주사들의 국내 발주가 늘었다는 점도 시선을 끈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그리스 선주들의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하며 전세계 평균 발주감소율을 웃돈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리스 선주사들은 어느 정도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발주를 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움직였다는 것과 글로벌 상선 발주가 최근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경기회복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