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문단 칼럼]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하나-최일숙 변호사

입력 2014-02-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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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내가 맡고 있는 이혼사건 중에 배우자의 바람, 즉 부정한 행위가 쟁점인 사건이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으니 이혼해야겠다거나, 아내가 바람을 이유로 이혼하자고 하는데 그건 바람피운 게 아니라거나,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며 소송을 냈는데 아내 말을 들어보니 남편도 바람을 피웠고 자신이 바람피운 것은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하여 마음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거나, 사람들 사이의 사연도 구구각색이다.

대표적인 재판상 이혼사유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형사처벌되는 간통보다는 그 범위가 훨씬 넓다. 간통은 성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현장 목격, 체모, 속옷에서의 정액검출, 당사자들의 자백 등)가 있어야 처벌되지만, 이혼사유가 되는 부정한 행위, 바람은 간통을 의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으면 된다. 다른 사람과 연인 사이에나 주고 받을만한 문자나 카카오톡을 주고받는다거나, 뚜렷한 이유 없는 통화를 자주하면서 외박을 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나의 배우자가 바람이 난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한번으로 바람이 잦아들까. 모른 척 눈감아주면 예전의 관계가 회복될 것인가. 아니면 나에 대한 사랑은 이미 끝나고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인가.

단 한사람과 결혼하여 몇 십년을 사는 동안 나도 바람을 피우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고, 나의 배우자도 그런 유혹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식 낳고 무덤덤하게 살면서 누군가와 다시 사랑에 빠져 환희에 젖어보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 어쩌면 단 한사람의 파트너와만 평생을 살라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을 때 바람이 났다, 혹은 바람을 피웠다고 한다. 바람에는 동성이의어(同聲異意語)로 바람(wind)과 바람(wish, want, dream)이 있다. 어쩌면 나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나에게서 바라는 것을 못 얻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면 (여름날에 바람을 쏘이듯이) 잠시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일 것이다.

그러니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면 나를 돌아보고, 배우자를 살펴볼 일이다. 내가 바람을 들어준 것이 부족하지 않았나, 바람을 쏘이듯이 상쾌하고 행복하게 해 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왜 바람을 피우고 싶은 걸까? 그 바람을 나의 배우자에게서 채울 수는 없었던 것일까? 나의 바람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어떤 근원적인 허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노력하였음에도 배우자가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면 이혼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사랑하지 않는데, 자식들 때문에 억지로 살 이유는 없다. 자식들은 언젠가는 커서 제 갈 길을 간다. 부모가 이혼하면 자식들이 상처를 받고 마음이 아픈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부부 당사자만큼은 아니다. 인생은 짧고 젊음은 더욱 짧은데, 내 안에 숨어 있는 진정한 내가 시키는 대로 진솔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길이 거칠고 험할 지라도 말이다.

최일숙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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