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과 민주화 성공은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52년 67달러, 60년에도 79달러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못사는 나라였다. 그러던 것이 2012년에 2만4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국가별로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부탄이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탄의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98년도 런던정경대학(LSE)의 조사에서는 방글라데시가 국민행복지수 1위였다.
최근 국내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이 국민행복지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OECD 3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33위, 최하위 수준이다. OECD에서도 ‘더 나은 삶 지수(Your Better Life Index)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서도 우리나라는 행복과 관련된 지표에서 대부분 최하위였다. 장시간 근로자 비율 31위, 주관적 건강상태 34위, 삶의 만족 25위, 대기와 물의 질 등 환경 26위 등이었다. 국가의 소득 수준이 높아도 개인은 불행할 수 있다는 단적인 증표이다.
1995년 4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에게 농촌마을 마이샤하티 여인들이 물었다. ‘암소와 하는 일과 아이들’이 있느냐고. 힐러리가 대답했다. “아뇨, 저는 암소도 일자리도 없어요. 아이는 딸 하나 있어요.” 가난한 시골 여인들은 자기들끼리 중얼거렸다. “불쌍한 힐러리!”
암소와 일자리와 아이들, 작은 재산과 소득과 미래에 대한 꿈이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특히 꿈,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행복한 시대’를 지향하려면 경제성장보다, 경제민주화보다, 꿈과 희망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