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C그룹의 계열사인 D사는 최근 상근감사를 신규 선임했다. 후보자는 D사가 설립한 E재단의 사무총장이다. 사무총장의 상근감사 선임안은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사무총장은 모기업의 상근감사직을 겸임하게 됐다.
최근 상법상 상장사의 상근감사 조항의 목적인 독립성을 무시하는 편법 상근감사 선임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상법에서는 상근감사 제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과 피용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자격이 없다. 또 계열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ㆍ집행임원과 피용자도 상근감사가 될 수 없다’고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두 사례 모두 해당 법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상법의 애매한 법 조항을 교묘히 피해간 탓이다. 두 회사의 상근감사 및 후보자 모두 그룹 내 재단과 계열사에서 일하는 특수관계인이자 피용자에 속한다. 그러나 B사는 자산총계가 1000억원 미만이어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D사는 상법상 비영리법인인 재단을 계열사로 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다만 두 회사의 상근감사가 위법 사항은 아닐지 모르나 내부감사 제도의 독립성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장사들이 제출하는 분·반기·사업보고서에는 감사의 독립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감사는 회사의 회계와 업무를 감사하며, 이사회에 출석해 그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의 이유를 기재한 서면을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감사는 그 직무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자회사에 대해 영업의 보고를 요구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사용해 검토합니다. 이 경우 자회사가 지체없이 보고하지 아니한 때 또는 그 보고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자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오너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내부통제 수단이 적절히 운용되고 있는지 감사하는 만큼 그 임무가 막중하다.
하지만 그룹 내 피고용인에 불과한 두 상근감사가 그룹의 입김 또는 이해관계를 배제한채 이와 같은 감사인 본연의 업무에 과연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의 감사인 선임을 보면서 내부통제가 적절하고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꼼수 감사를 선임하기 보다 ‘거수기’, ‘짖지 않는 개(a dog that doesn't bark)’라고까지 혹평받는 감사인의 품격을 상장사 스스로 고취할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