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가 진화하고 있다. 통장에 돈 넣고, 아파트 관리비를 납부하러 은행을 찾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전화 한 통이면 내집 앞에 점포가 생기고 직원이 직접 태플릿PC를 들고 찾아온다. 클릭 한번이면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상품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객들이 얼마나 편하게 금융업무를 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은행들은 스마트기기 발전 흐름에 맞춰 비대면 채널을 개발하고 고객들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대면 채널도 진화시키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을 융합해 ‘뉴(NEW) 채널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기기 확산 따른 비대면채널 이용 급증 = 은행들의 채널 다변화는 금융 소비자들의 달라진 생활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통적인 대면채널(창구)의 입출금 및 자동이체 단순거래는 11.6%로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모바일뱅킹은 전체 인터넷뱅킹 거래의 40%를 넘어섰다. 거래채널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은행들은 모듈형 점포, 태플릿브랜치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채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팝업 브랜치’를 운영 중이다. 인터넷 팝업처럼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다가 사라지는 신개념 소형점포다. 하나외환은행도 직원이 전자기기를 들고 직접 고객을 찾아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블릿 브랜치’를 10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영업채널이 부족했던 KDB산업은행은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계좌를 신청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 주는 ‘KDB다이렉트 뱅킹’을 실시하고 있다. SC은행 역시 지점방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주는 ‘이지오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널 변화에 더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비대면 채널 조직 집중화 및 체계적인 미래채널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U뱅킹사업단’을 ‘스마트금융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바일뱅킹의 허브 기능을 강화해 스마트금융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며 “콘텐츠와 플랫폼 업그레이드로 고객이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내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대면비대면‘황금비율’찾는 것이 핵심 = 채널 다변화 노력은 올해 금융 수장들의 신년사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로 은행권 수익성이 급격이 악화된 만큼 고객 접점을 늘려 수익의 근간인 소매금융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비대면 접점을 활용해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각각의 서비스가 고객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 다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얘기다. 다양한 금융소비 패턴을 충족시키려면 전략적인 채널 공략이 필요하다. 대면과 비대면 채널의 ‘황금비율’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지가 키워드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5년 사이 650개가 넘는 점포를 폐쇄한 대신 교통 중심지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간이 점포들을 배치했다. 스페인의 뱅크인터는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영업점을 운용하고 있으며 미국 씨티뱅크는 스마트윌(Smart Wall) 등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체이스은행은 셀프서비스 기능이 강화된 키오스크(Kiosk, 고객의 편의를 위해 공공장소에 설치된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를 설치했다. 고객들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직원의 단순업무 부담을 완화해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브랜치 도입을 통해 대면채널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증진시켜야 한다”며 “비대면채널과 영업점 융합을 통한 상호 연계 강화로 잠재된 판매 기회의 현실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