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한일 외교당국이 18일 첫 국장급 대화를 가졌다.
주한 일본 공관의 자체회의 참석차 방한한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18일 오후 외교부 청사를 찾아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만나 양국 관계 전반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양국간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관계 악화의 원인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집중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과거사 도발 언행이 관계 개선의 장애 요소라는 점을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또 이른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개최와 이 행사에 차관급 인사를 파견키로 한 일본 정부의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고위급 대화 채널 가동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이 과정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거론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특별한 태도변화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이번 접촉은 지난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 전까지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중재 외교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회동이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하라 국장의 방한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방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라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표명해온 입장이 있다. 그런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겸임하는 이하라 국장은 이날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오찬 회동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