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화질의 UHD와 OLED TV 가격이 연초 현실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특히 최근 열리고 있는 소치동계올림픽을 비롯해 브라질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지어 있는 만큼 TV업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경제 불황의 여파로 2년 연속 뒷걸음질친 전 세계 TV시장이 올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는 UHD TV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UHD TV는 지금까지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최근 가격 인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55인치 UHD TV F9000 시리즈는 미국 홈페이지 등을 통해 2999달러(약 32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UHD TV를 처음 미국 시장에 선보였을 당시 가격은 5500달러(약 589만원)였다. 출시 6개월 만에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한국에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UHD TV를 3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11번가·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 최저가는 삼성전자 377만원. 현재 55인치 풀HD 스마트TV 최고급형 가격이 400만원 초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UHD TV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OLED TV 역시 UHD TV만큼은 아니지만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OLED는 LCD TV의 액정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로 반응 속도가 1000배 이상 빨라 뛰어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게다가 별도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어 얇게 만들 수 있고 화면을 구부려 만들 수도 있어 미래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OLED TV는 지난해 처음 출시 당시 1500만원을 호가해 동급의 LCD TV 가격의 3배가 넘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55인치 커브드 OLED TV 가격은 990만원.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는 85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OLED 패널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면, OLED TV 가격은 연내 500만∼600만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제조사가 판매가를 대폭 낮춰 차세대 TV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TV의 세대 교체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UHD TV 콘텐츠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컴캐스트, 아마존, 다이렉트TV(Direct TV), 넷플릭스, M-GO 등과 콘텐츠 제휴를 체결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케이블방송 및 IPTV 사업자들과 잇따라 UHD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드림웍스와 테크니컬러의 합작사 M-GO와 제휴해 자사 UHD TV에서 UHD 화질의 영화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M-GO는 우선 극장용 영화와 할리우드 TV쇼 등 100여편의 영화를 UHD급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최대 케이블방송사인 컴캐스트와 위성방송 사업자 다이렉트TV, 아마존과도 UHD 스트리밍 서비스 협력을 맺었다. 국내 케이블방송사들이 오는 4월 오픈하는 UHD 전용 채널 유맥스(U-MAX)는 삼성전자의 UHD TV와 연계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UHD TV는 이미 유럽시장에서 출시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시장점유율 48.3%를 기록하며 판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북미에서도 UHD TV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전세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대륙별 전략제품 소개 행사인 삼성포럼에서도 UH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사커모드’를 적용한 UHD TV를 내놨다. 리모컨에 있는 축구공 모양의 ‘핫키’를 누르면 멀티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하는 모드로 TV 설정이 바뀐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포츠채널 ESPN과 독점 제휴해 중남미 시장에 특화한 ‘사커패널’ 사용자 환경(UI)도 적용했다. 제품 라인업도 확대한다. 지난해 프리미엄급 85인치 제품을 비롯해 3종에 불과했던 UHD TV 제품군을 올해 48인치부터 110인치까지 다양하게 늘릴 방침이다. 특히 78·65·55인치 커브드 UHD TV도 출시한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은 “올해 UHD 시장이 지난해보다 5배 성장할 것으로 시장조사업체들이 내다보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저렴하고 다양한 UHD TV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