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가장 피부로 와 닿는 분야는 바로 연예계가 아닐까. 부모의 끼와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2세 스타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 무대에서 남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계 역사가 깊어지면서 ‘학자 집안’, ‘정치인 집안’ 못지않은 ‘연예인 집안’도 눈길을 끈다.
가수 전영록은 대표적인 연예인 집안이다. 배우 황해와 가수 백설희 부부의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전영록은 1974년 가요계에 데뷔해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종이학’, ‘불티’ 등 히트곡을 남겼다. 그는 “가수로서 인정받으면 연극·영화에도 출연해 부모님께 보답하겠다”라고 밝힌 데뷔 당시 각오처럼 ‘돌아이’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해 성공을 거뒀다. 전처인 배우 이미영과 슬하에 둔 두 딸 보람과 우람은 각각 걸그룹 티아라와 디유닛 멤버로 데뷔했다. 이미영의 오빠 역시 ‘맹구’ 캐릭터로 시대를 풍미한 희극인 이창훈이다.
배우 박준규의 아버지는 9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종상과 청룡상, 아시아영화제 등을 휩쓴 고(故) 박노식이다. 박준규는 “(연기자) 대를 잇겠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셨다”라고 박노식이 자신의 데뷔를 기뻐했음을 밝혔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박준규의 큰아들 박종찬은 최근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예춘-이덕화-이지현, 독고성-독고영재-독고준 등도 3대째 배우를 이어가며 연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다.
연정훈의 아버지는 30년 이상 연기의 길을 걷고 있는 연규진이다. 연정훈은 2005년 미녀 스타 한가인과 결혼에 골인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백윤식도 연규진과 마찬가지로 연기자 아들인 백도빈의 며느리로 정시아를 맞았다.
떠오르는 스타 이유비는 배우 견미리의 큰딸이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유비는 드라마 ‘착한 남자’, ‘구가의 서’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지난 2일부터는 SBS ‘인기가요’ MC로 발탁돼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견미리의 둘째딸 이다인 역시 키이스트와 계약했다. 견미리는 “아이들이 저에게 기대기보다는 제가 많이 기댄다”면서 “두 딸이 모두 자기 일을 찾아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사극 ‘주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송일국은 배우 출신 국회의원 김을동의 아들이다. 김을동은 과거 “아당 시절 아들이 번번이 캐스팅에서 밀리는 불이익을 당했다”라고 주장하며 색다른 아들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고 최무룡-강효실 부부의 아들 최민식, 고 김무생-김주혁, 고 추성웅-추상미, 김용건-하정우 등이 ‘부전자전’을 실감케 하는 배우들이다.
연기자 가족뿐만이 아니다. 노래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가수들의 음악성도 대대로 유전된다.
가수 조관우는 인간문화재 박초월을 할머니로, 준문화재 조통달을 아버지로 둔 음악 집안 출신이다. 그는 평생 국악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에 이어 대중음악으로 성공했다. 가수 데뷔를 앞둔 아들 조현은 일찌감치 음악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악기 연주는 물론 작사·작곡까지 능수능란하다. 조관우는 “(음악으로) 4대까지 가기는 힘든 것 같은데 이루게 됐다”며 “제가 많은 조언을 해 줄 수 있으니 아들이 음악하기를 바랐다”라고 털어놨다.
태진아는 아들 이루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식이 잘 되는 것이 제일 뿌듯한 일인 것 같다”며 이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06년 발표한 ‘까만안경’을 가요계에 히트시킨 이루는 현재 인도네시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7인조 아이돌 그룹 엠파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 루민의 아버지는 트로트 가수 설운도이다. 루민은 2010년 포커즈란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이듬해 탈퇴 후 솔로 활동을 모색하다 다시 엠파이어에 합류했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