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았던 노키아에 이어 최근 소니가 무너졌다. 최고의 자리에 선 삼성의 ‘한계 돌파’ 구호는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최근 삼성이 제품, 마케팅, 전략, 채용 등 전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지만 위기는 더 가까워졌고, 이건희 회장이 연초부터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여러 차례 지시한 것의 연장선이다. 1993년 신경영 이후 이처럼 변화의 분위기가 컸던 때는 없었다는 게 삼성 내부의 시각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3일 “다 바꿀 각오를 하라는 최고위층의 지시가 있었다”며 “신경영을 선언한 21년 전보다 변화에 대한 무게감이 더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최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변화의 방향성을 수립하고 있다. 80여명에 이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통계예측 분석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등 인적자원도 강화했다. 이들은 변화로 인해 발생할 미래에 대한 예측 정보를 얻고 최악의 경제 위기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체제를 수립하는 데 바탕이 되는 기본 데이터를 만든다.
삼성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온라인상에 게재된 수많은 자사의 제품 관련 글을 플랫폼으로 수집·분류·분석하는 등 고객 접근법도 변화시킨다.
마케팅 전략도 ‘선택과 집중’으로 돌아섰다. 2년 연속 160억원이 넘는 돈을 들인 미국 슈퍼볼 광고를 올해 중단했고, 값 비싼 톱스타 광고 모델도 하반기부터 줄이고 제품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방침이다.
글로벌 대기업들과의 관계에도 변화의 분위기는 역력하다. 특허 소송 등 불필요한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협력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최근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톱 기업과 잇따라 특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게 이를 방증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계열사들도 업종을 뛰어넘는 변화의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기는 기존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자 B2C(기업 소지비자간 거래) 개념에 가까운 신사업을 도입했다. 유통매장을 겨냥한 ELS(전자가격표시기)가 대표적이다.
삼성전기 고위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부품을 몇 십년 동안 했지만 우리도 이제 눈에 보이는 것을 해보자는 최고위층의 의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SDI도 브라운관과 PDP를 만드는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제조하는 ‘친환경 전자화학 융복합에너지 업’으로 사업의 개념을 원점에서 리모델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