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0에서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발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3년이 흐른 작년 2월 MWC 2013. 삼성전자는 돌연 ‘바다’OS 포기를 선언한다. 대신 인텔 등과 공동개발한 차세대 OS ‘타이젠’을 안드로이드의 대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타이젠 연합은 MWC 2014 개막 하루 전날인 23일(현지시간) 타이젠 출시 별도 행사를 열 계획이다. MWC에서는 타이젠 부스를 차리고 시제품도 공개한다. 그러나 최근 타이젠 연합 전선에 이상이 생기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잇따른 악재를 극복하고 타이젠 OS를 성공시킬 수 있을 지 또 한번의 시험대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바다 OS에 이어 타이젠까지 성공시키지 못하면 그간 야심차게 추진했던 ‘탈안드로이드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미국 이통사 스프린트는 지난해 연합을 탈퇴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도 연합을 탈퇴하고 타이젠의 라이벌인 모질라 파이어폭스 OS를 내장한 스마트폰을 내놨다.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타이젠폰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일본 1위 이통사 NTT도코모는 지난달 말 제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로 결정했다. 프랑스 이통사 오렌지도 타이젠폰 출시 계획을 보류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타이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5’를 MWC 2014 개막일에 전격 공개하기로 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이번 MWC 주인공으로 타이젠을 내세우려 했다.
이처럼 타이젠 연합이 흔들리는 까닭은 OS 완성도와 생태계 확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항하기 위해선 일단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확보해야한다. 애플 iOS에 등록된 앱이 지난해 100만개를 넘어선 반면, 확보된 타이젠OS 앱은 6000개 남짓에 불과하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나 MS 윈도,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선보인 OS인 반면, 타이젠은 삼성전자라는 스마트폰 1위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경쟁사의 생태계 안에 들어간다는 거부감이, 통신사 입장에서는 삼성과 경쟁 관계에 놓인 제조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바다’가 실패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바다가 탑재된 스마트폰 ‘웨이브’ 시리즈도 꾸준히 내놓는 등 바다 확산에 앞장섰지만 앱의 갯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 색깔이 짙은 바다 채용을 꺼렸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OS도 2008년 세계 시장 점유율이 0.5%에 불과했다. 미리부터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며 타이젠 성공 가능성을 열어뒀다. 타이젠연합은 지난해 4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타이젠 앱 개발대회를 여는 등 생태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