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윤진숙 장관은 운 때를 탓하고 있을지 모른다. 분명 그런 측면은 있다. 사실 윤 장관 이전에 현오석 부총리부터 먼저 경질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경제부처 수장, 특히 부총리를 경질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제가 안 좋은 상태에서 경제 수장을 바꿔 버리면 경제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경제 회생이 좀더 늦춰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말고도 박 대통령을 주저하게 만든 또 다른 이유는 아마 청문회일 것이다. 이번에 현 부총리를 낙마시키면 또다시 인사 청문회를 겪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게 되면 야권은 정권심판론을 꺼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윤진숙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윤 장관마저 가만 뒀다가는 오히려 국민적 반감이 더 커져서 인사청문회 때 겪어야 할 논란의 부작용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현 부총리와 윤 장관 모두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자질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집단이성에 대한 신뢰만 있었어도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과거 윤진숙 장관 청문회 때를 돌이켜보면 그는 기초적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임명을 밀어붙였고, 결국 오늘날의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화를 자초했다고 한 이유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56.9%인 데 반해 정부 지지도는 42.6%에 그쳤다. 이는 장관들의 직무 수행 능력과 국민적 평가가 대통령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다 보면 대통령의 지지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당히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에겐 바꿀 사람은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반드시 비정상적 장관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고를 때 박 대통령은 상식적 입장에서 해당 인사를 바라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현오석 부총리나 윤진숙 장관의 문제 모두가 일반적인 생각과는 동떨어진 사고를 갖고 있어 빚어진 사고인 탓이다.
이를 위해서 박 대통령에겐 집단이성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물론 야당이 막무가내 식으로 후보자를 폄훼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마저 “이 사람은 안 돼”라고 한다면 이런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장관이란 대통령 자신과 일할 사람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이란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고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인내를 요구할 때도 있을 것이기에, 장관들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상식’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에 인사를 통해 보여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