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레플리카(non-replica)로 1등하겠다.”
13년 전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46) 대표의 다짐이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영화감독을 꿈꿨다. “영화를 하다 보니 불 꺼진 극장, 공연을 좋아했다. 기회가 생기면서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 밑에서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대해 배우게 됐다. 3~4년 정도 일하니까, 제 색깔로 독립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세대의 아성을 뛰어넘고자 했던 청년은 어느새 국내 뮤지컬 산업을 이끄는 핵이 됐다. 과거 삼성영상사업단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쳤을 때 이에 원조받았던 신춘수 대표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접했고, 설앤컴퍼니에서는 창작 뮤지컬 기반의 노하우를 익혔다. 여기에 그는 스타가 될 재목을 전망하는 타고난 직관을 더해 독보적 행보를 이어갔다.
신 대표는 “30세를 갓 넘어 독립한 젊은 프로듀서로서 무서운 게 없었다. 실행하면서 겪었던 고충도 많았지만, 도전적이고 자유롭게 생각했다.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를 했다. 캐스팅한 당시 배우들 중 이제는 주역들이 많다. 도전적 캐스팅 등 기존의 것과 다른 색깔로 뉴 웨이브, 즉, 새 물결을 만들고 싶었다.” 뮤지컬 산업의 태동기에서 그가 자신했던 혁신 그리고 전망했던 인적자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함께 굳건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 대표는 “10명을 찍으면 그중 9명이 범주 안에 들어왔다”며 “여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해 이미 완벽해 채울 수 없는 것보다 정형화되지 않은 면모를 갖춘 배우를 선호한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이 더 빛날 수 있는 신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혜안의 비결을 공개했다. 하루 종일 작품 속에 살면서 행복감을 느꼈던 신춘수 대표는 거침없던 청년 시절을 지나 “오히려 지금 힘든 감정을 진정으로 느끼고, 위기로 다가온다”고 고백했다. “나만의 유희가 아닐 텐데 산업적 차원에서 점차 자본이 과도하게 들어오면서 각박하게 느껴진다. 미국의 나이 든 제작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에게 계속 꿈 이야기만 하고, 그는 내게 계속 돈 이야기만 했다. 철저하고 합리적 미국의 스타일상 흥행해야 모두가 행복한 것이다.”
국내 최초 브로드웨이 무대 책임 프로듀서로 새 창작뮤지컬의 대극장 상연을 준비하고 있는 신춘수 대표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잠도 못 잘 정도로 설레면서 모든 일에 탄력을 받았다. 요즘엔 갈수록 좋은 뮤지컬을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렵다. 관객의 소중한 시간을 뺏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신성시된다.” 신춘수 대표는 3월 미국으로 건너가 해외 무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우리 회사가 미국의 픽사 같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종합예술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 작품이 오래도록 관객에게 사랑받는 것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