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직원들의 도를 넘어선 비윤리적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윤리경영 강화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재계의 노력이 공염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임직원의 폭언, 폭행, 횡령, 금품수수, 납품 비리 등으로 기업 윤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임직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동반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윤리경영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KT 계열사 여직원이 수천억원의 대출자금을 횡령한 사건은 이제 막 출항한 ‘황창규 호’의 커다란 암초가 됐다.
또 포스코 계열사 임직원들의 잇따른 비윤리적 행위는 ‘국민 기업’이라는 칭호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포스코건설 공사현장 경리담당 여직원이 30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신분의 이 여직원은 공사장의 근로자 숙소 임차보증금 등을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결재권한이 있는 회사 간부가 업무 처리 편의를 위해 결재시스템 접속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을 악용하는 주도 면밀함을 보였다. 더불어 지난해 4월 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은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올 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조선중공업 업계의 동시다발적 임직원 금품수수 사태도 충격적이다. 원전 비리에 연루된 것도 모자라 협력 업체 납품 비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도덕불감증이 보편화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은 원전 부품 납품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게 10억원을 전달했고,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51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부터 대리급까지 임직원 26명이 납품업체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총 35억원을 받아 챙겼다. 특히 납품업체 대표의 신용카드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전용했다. 삼성중공업 직원도 2억원의 납품 비리 혐의가 드러나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와 영업직원의 폭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남양유업은 ‘갑의 횡포’의 대표적 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다. 결국 최고경영자가 공개적으로 머리를 숙여 사과했지만 뿔난 민심은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임직원들의 각종 비리가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자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해 임직원들의 소양교육을 강화하고, 효율적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인성교육 등을 통해 평소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 모든 직원의 인성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며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은 물론 상급자까지 모두 문책하는 한편 윤리경영에 모범적 부서의 경우 인사평가 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통해 기업 윤리 실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선진 기업들의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