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메디치 가문’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문화예술가들을 후원한 정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이 문화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상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후원하자, 자연스럽게 이들이 모여 이질적 집단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역량이 융합되면서 생긴 시너지가 르네상스 시대를 창조하게 됐다.
메디치 가문 덕에 이탈리아는 세계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우뚝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이탈리아를‘조상 덕에 먹고 산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메디치 가문은 현대사회의‘예술·문화·과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뜻하는 메세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기업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의 경우 1967년 록펠러재단 주도로 기업예술지원위원회가 결성됐다.
1967년 미국에서 출범한 예술지원기업위원회(BCA·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는 당시 체이스 맨하탄 은행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기업의 사회공헌 예산의 일부를 문화예술에 할당할 것을 장려하는 기관 설립을 제안해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이 성공적으로 나타나자 1970년대 이후 유럽 등 각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한국에서는 1994년 204개 기업이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를 발족하면서 기업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됐다.
국내 메세나 기업수는 2009년 410개에서 2010년 606개로 늘어난 뒤 2011년 509개로 줄어 들었다가 2012년 566개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최근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블루오션’전략에도 메세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기업 사이에서 자사만의 창조적인 메세나 활동을 통해 신규 시장을 창조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금융회사들 역시 더욱 다양하고 활발하게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메세나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다하는 동시에 마케팅 효과도 똑똑히 얻고 있다.
2012년 산업군별 문화예술 지원금액을 보면 유통(16.9%), 조선·중공업(12.9%)의 뒤를 이어 금융·보험(10%)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지원금액은 160억9500만원이다.
개별 기업별 문화예술 지원총액에서도 삼성화재와 한화생명이 각각 9위와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12위), 신한카드(13위), 부산은행(14위), KB국민은행(19)도 상위 20위권 안에 있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서 수익이 감소하고 있지만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히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메세나 활동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다양한 행사 및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음악과 미술분야를 지원하고 있고, 보험업계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음악과 미술 분야를 중심으로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9년 순수 국내파 클래식 유망주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신한음악상’을 제정했다. 이 시상식은 매년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총 4개 부문에 걸쳐 진행된다.
하나금융은 2006년‘서울시향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을 시작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표적 공연을 9년째 후원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공연과 도서문화 공간 제공 등 두 가지 콘셉트로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95년부터 우리미술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메세나 활동도 활발하다. 흥국생명의 경우 광화문 본사 지하에 ‘씨네큐브’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상업영화 대신 예술영화를 보고 싶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메세나가 보험사들의 특징이다.
한화생명은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고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할 만큼 다양한 문화예술 후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화재도 2009년 부터 음악에 재능이 있는 장애 청소년을 선발해 여름 음악캠프를 시행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