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기점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I가 확산될 경우 최대 1조원 이상의 기회손실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에 정부는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펼쳤지만 AI 확산 기세는 꺾지 못했다.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육계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2만5000마리 가운데 300여마리가 집단 폐사하면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다행히 조류 폐사체의 AI 간이 검사결과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나오고 있지만 정밀 검사에서 고병원성 AI로 확진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방역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 주변 서호저수지에서 수거한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큰기러기 사체가 발견되면서 수도권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또 경기 화성 종계장과 경남 밀양 토종닭 농장 모두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 제주와 강원을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AI가 발병한 셈이다. 특히 설 연휴가 지나면서 사람이나 차를 통해 AI 바이러스가 이동했을 가능성도 높다. 지난 1일 열린 가축방역협의회에서도 AI와 관련해 현재의 ‘경계’단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처럼 AI가 전국적으로 확대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발생 20일이 지나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직간접 기회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AI 감염확산에 따른 직·간접 기회손실 규모가 최대 1조203억원(감염률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AI로 가장 피해가 컸던 2008년을 기준으로 추산됐으며 농가 등에 대한 직접피해 뿐만 아니라 사료회사나 유통 등 관련 업체들의 간접적으로 기회손실피해까지 합한 규모다. AI가 2008년 수준(감염률 8%)으로만 퍼져도 600억원의 직간접 피해가 예상되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가금 산업 피해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세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농가에 대한 철저한 홍보, 공공·민간 부문의 방역 협업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