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가 경제수장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로 수습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우는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며 “재발 시 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뒷북대응과 잇단 실언으로 불거진 정부책임론이 개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개각까지 고려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개각설이 불거진 작년 말부터 “개각은 없다”고 선을 그어온 데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개각을 단행할 경우 인사청문회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 주말 ‘정보유출 사태를 개각 없이 수습해야 한다’는 뜻을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달했고, 당에서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각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 정도 조치로 민심을 추스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카드런’ 사태는 점차 진정되고 있으나 정부의 설명과 달리 유출된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반발도 여전하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경고 발언 직후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하나 유체이탈 화법으로 담당 공직자 탓, 남 탓을 하고 계신다”며 “옐로우 카드가 아닌 레드카드를 던져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개각 없이 사태가 일단락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의원으로선 최초로 ‘현오석 경제부총리 사퇴’를 공개 촉구했던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현 부총리,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가 전제된 수습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은 “며칠 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부당국자가 2차 (개인정보)유출은 없도록 차단했다고 공언했는데 만약 2차 유출이 있었다고 하면 정부당국자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면서 “경제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