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월 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원전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및 혁신 방안 발표'의 일부분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원전을 둘러싸고 이미 불거져 나왔던 각종 품질서류 위조 사건, 납품 비리, 잦은 고장 정지 등의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으로 한수원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인적·조직적 쇄신을 첫번째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한수원이 순혈주의 타파를 외치며 인적쇄신 카드를 내민 것은 근 1년이 지난 지난달 중순께다. 원자력 순혈주의 타파, 외부인사 수혈 등의 인적 쇄신안 또한 1년 전 정부의 혁신 방안과 거의 같은 주제다. 만약 한수원이 이 시점에서 원자력 순혈주의 타파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언급한다면 정부의 혁신안이 한수원에 닿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는 말로밖엔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5월 이후 고민한 인적 쇄신안이 1년 전 정부의 대책과 같다면 늑장 대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한수원의 인적 쇄신이 늑장 대책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한수원은 이번 인적 쇄신과 관련, 상임이사 4명 가운데 부사장 겸 발전본부장과 관리본부장 등 2명의 사표를 지난달 말 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작년 5월 불거진 원전비리와 관련, 관리 감독의 책임을 물어 1급 이상 간부 177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할 때 같이 사표를 쓴 임원들이다. 사표의 처리가 6개월이나 늦춰진 셈이다. 또한 다른 상임이사인 안전본부장과 기획본부장은 유임시켜 '쇄신'의 의미 또한 크게 퇴색됐다.
지난 5월부터 한수원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불거지는 각종 시시비비는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에 근원한다. 이는 그만큼 한수원의 신뢰 회복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늦게라도 단행된 인적 쇄신이 신뢰 회복의 신호탄일지, ‘만시지탄’일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