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위기의 해운, 바라보기만 할건가

입력 2013-12-27 10:49 수정 2013-12-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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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30일,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이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해운업계가 컨테이너 물동량 급감, 사상 최악의 해상운임 폭락 등 직격탄을 맞자 CMA CGM 역시 유동성 위기를 비켜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 해운업계는 CMA CGM의 파산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4여년이 지난 지금, CMA CGM은 거짓말처럼 세계 3위 자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2분기에는 흑자전환도 성공했다.

CMA CGM이 최악의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구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위기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여 준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랑스 정부는 CMA CGM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10월 5일 “은행 측과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후 CMA CGM는 정부로부터 1억5000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자체적으로도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며 회복을 이끌어냈다.

당시 정부 지원 덕분에 위기를 넘긴 글로벌 해운선사는 비단 CMA CGM뿐이 아니다. 독일 정부는 세계 7위 해운사인 하팍로이드가 해운경기 침체로 재무사정이 악화되자 12억 유로(약 2조6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결정했으며, 중국 역시 세계 10위권 선사인 코스코와 차이나쉬핑에 각각 150억 달러, 20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례는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해운업 침체로 전 세계 선사들이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선사들만 정부 지원 없이 끙끙거리고 있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한때 5위까지 올라섰던 국내 선사 1위 한진해운은 매년 한 단계씩 뒤로 밀리면서 현재 8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개별선사 지원은 고사하고 선박금융기금과 해운보증기금 설립에 대한 검토조차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그나마 마련한 회사채 안정화 방안은 기준이 턱없이 높아 선사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오랜 기간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국내선사 1위 한진해운과 2위 현대상선은 최근 자체적으로 터미널, 배 등을 팔아서라도 살아남는다는 자구책을 결정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19일 전용선, 터미널, 부동산 자산매각 등을 통해 1조9745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했으며, 현대상선도 터미널 지분, 선박, 부동산 매각과 벌크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2조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3위 STX팬오션은 이미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중이다.

각국 정부들은 해운업이 국가산업이라는 이유로 국적 선사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그저 옆집 불구경하듯 뒷짐만 지고 있다. 대한민국 해운업이 바닥에 주저앉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라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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