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익 반토막 =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된 일평균 주식은 7조4245만 주로, 거래대금은 5조9257억원이다.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8년 만에, 거래대금은 7년 만에 최저치다. 증권사들의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중개수수료, 즉 브로커리지 수익은 증권사 매출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올해 상반기(4~9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을 넘어선 62.6%나 줄었다.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증권사엔 악재가 겹쳤다. 상반기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불거지면서 금리가 급등,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올 4~9월 국내 자기자본 이익은 1조76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감소했다.
증권사 수입 급감은 자연스럽게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삼성증권을 필두로 조심스럽게 시작된 인력감축은 하반기 들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를 겪은 동양증권은 물론 한화, 신한금융, 유진, SK, KTB투자증권 등도 희망퇴직과 연봉삭감을 진행 중이다.
주요 10대 증권사의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011년 9월말보다 1735명이 줄어든 2만4703명에 불과한 수준이고, 증권사 지점 수는 1500여개로 2011년 대비 300여개 줄었다.
지난 6월에는 KTB투자증권이 선물거래에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반대로 내 1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2일에는 한맥투자증권이 코스피200지수 옵션 거래에서 주문 사고를 내 한국거래소가 결제 금액 570억원을 대신 납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번 사태로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옵션’이라는 상품이 가진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레버리지, 즉 적은 돈으로도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게다가 옵션 거래를 하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고유 계정, 즉 위탁이나 신탁 자금이 아닌 회사 자본을 갖고 거래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면 그대로 회사 실적으로 이어진다.
우리금융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동양사태로 인해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도 법원의 조기 매각 허용에 따라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외에도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10여개 중소형 증권사들도 M&A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KDB대우증권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선 M&A가 이뤄지기만 하면 증권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2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산을 가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 현대증권이나 대우증권 등도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된 상태인 만큼 인수자는 선두권 진입이 가능해지고, 여타 소형사들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 중견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
◇외국인 최장기 순매수·삼성전자 영업익 10조·코넥스 개장도 = 최악의 시기를 보낸 2013년 증권업계에도 훈풍이 깃든 날이 있었다. 올해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역대 최장기 순매수 기록을 세우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이 기간 동안 13조90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최장기간 순매수 기록은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34일간이었다. 당시 순매수 규모는 3조2500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국내 증시를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위축된 거래 탓에 한동안 국내 증시 움직임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증시의 바로미터인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0조1600억원, 매출 59조8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영업이익은 26.1%, 매출은 13.2%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며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1일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한 초기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코넥스(KONEX:Korea New Exchange) 시장을 개장했다. 코넥스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장된 중소기업 전용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