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인생의 분기점 같아요.”
가수 윤하(25)가 겨울 스페셜 미니앨범 ‘서브소닉(Subsonic)’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슈퍼소닉(Supersonic)’의 연장선이다. 초음속의 맞선말인 ‘아음속’이란 앨범 타이틀의 뜻처럼 이번 앨범은 보다 듣기 편하고 잔잔한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편안한 곡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슈퍼소닉’ 때는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오니까 멋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면 ‘서브소닉’은 힘을 빼고 일상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꾸며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부담 없이 곡을 만들고 그 중 제가 부르고 싶은 곡을 정했어요. 딱히 욕심은 없었어요. 1만장 한정 음반이니까 이 음반을 특별하게 생각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마음을 비운 덕분일까. 타이틀곡 ‘없어(feat.이루펀트)’는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윤하는 의외의 결과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 좋아요. 화려하게 컴백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는 건 아닐지 몰라도 어디 가면 제 노래가 들리고 누군가 들어주면 큰 힘이 돼요. 제 노래 듣고 ‘위로받는 것 같다’ ‘등을 토닥여주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 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주년을 맞이한다. 지금은 한창 고민 많은 시간이다. 윤하는 “지금까지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오직 자신의 커리어만을 위해 달려온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기분이 묘해요. 또래는 사회초년생으로 한창 달려가고 있는데 저는 정체돼 있는 것 같은 느낌도 가끔 받아요. ‘나는 추억형 가수가 되는걸까’ 싶기도 해요. 이번 앨범에 ‘홈(Home)’이란 곡이 실렸는데 집이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깨달았고요.”
10주년은 윤하에게도 팬들에게도 의미 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10주년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팬들과 단출하게나마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우리들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어요. 함께 준비해서 예쁜 형태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서 기념하고 싶어요. 중학생 고등학생 팬들을 봤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분들이 점점 성장하고 연애도 하고 콘서트에 여자친구도 데려오는 모습을 보면 저와 팬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윤하는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넓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만큼 좀더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홀이 꿈의 무대였는데 드디어 단독 공연을 펼치게 돼서 기분 좋아요. 장소가 협소하면 솎아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큰 공연장이면 무대 장치나 효과를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이제는 체조경기장에도 한 번 서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윤하의 팬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