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은행원의 꽃’으로 불리며 선망받던 은행 지점장 인사를 앞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영업실적 스트레스와 부족한 점포운영비, 대출세일즈 등으로 인해 발령을 앞두고 있는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경영진이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면서 임원 자리를 대폭 줄이고 있어 은행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또 관치금융으로 은행장은 낙하산이 많아 은행원들의 꿈마저 꺽이고 있다.
이달말 지점장 발령 인사를 앞둔 시중은행 김모 팀장은 18일 “입행 초기 지점장이 되기 위해 많은 꿈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며“사전 교육에서 경쟁위주 경영평가 방식으로 인해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감은 상당했다”고 말했다. 영업성과평가(KPI)에선 대출 실적 못지 않게 연체율 관리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 지점장의 입지는 점점 좁아 지고 있다.
그는 이어 “연간 실적평가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파리 목숨에 가깝다”며“선배들의 경우 정년을 채우기전에 은행을 떠나는 경우가 태반이라, 지점장 발령이 나도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지점장을 포함한 은행원 정년은 통산 만 58세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지점장의 경우 10명 중 9명은 55세가 되면 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연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아예 명예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나는 것이 현실적이란 얘기다.
은행 임원들 역시 실적에 따른 조직슬림화로 자리가 줄어들고 있어 “호 시절 다 지났다”고 푸념하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은행 5곳의 부행장 자리는 지난해 말 39개에서 올해 12월 현재 34개으로 5개가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부행장 자리는 올해 10개에서 7개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줄었다.
한편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낙하산 인사도 은행원의 사기를 꺽는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권 한 인사는 “시중은행의 경우 주인이 없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경영진끼리 알력을 빚는 경우까지 나타나면서 은행원들의 사기와 도덕성이 크게 흔들린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