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임명된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고성장 시대를 마감한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며 내놓은 조언이다.
이 수석은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G20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때와 4%대 성장률을 보이는 지금은 다르다”며 “저성장 체제에 맞게 체질을 바꾸고 장기적으로 고령화 등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5% 성장하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저성장 시대를 준비해나간다면 이 성장률은 구조조정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나쁜 숫자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ADB는 지난 10월 한국의 내년 우리 경제가 3.5%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이 수석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일자리를 가장 먼저 지목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제조업 기반의 한국 대기업들이 아무리 투자를 한다해도 대학 졸업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영어 교육 지원을 통해 해외 취업의 기회를 늘려 대졸자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을 많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중산층의 노후대책이 부동산과 자식인데 부동산 가격은 많이 오르지 않는데다 자녀들이 잘 되서 부모를 봉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성장 체제에서 이같은 미스 투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위험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와 엔저현상 등을 꼽았다.
다만 그는 “한국은 경제의 펀더멘털(기본 체질)이 좋아 테이퍼링로부터의 위험이 적다”면서도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인 만큼 여전히 대비는 필요하다”며 “아베노믹스에 따른 원엔환율도 봐야하고 단기적인 리스크보다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MF 아태국장으로 내년 2월 10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이 수석은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09년 대통령직속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차관급)으로 활동한 후 2011년부터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