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41)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대표 이인우는 내년 1월 말 윈터투어 출전 겸 겨울 전지훈련차 태국으로 떠난다. 최근 2년 동안 국내에서 동계훈련을 치렀던 이인우는 3년 만에 전지훈련 장소를 해외로 잡았다.
이인우는 “어쩌면 내년 시즌은 내 골프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느덧 노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됐고, 가장으로서 어깨도 무겁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 투어프로로 남고 싶지만, 아빠로서 가정을 책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 생각만 고집할 수는 없을 듯하다”고 전했다.
결국 내년 시즌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배수진을 치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인우는 지난해 6월 볼빅·힐데스하임 오픈에서 2005년 이후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가슴 뭉클한 한 해를 보냈다. 각종 미디어는 그의 우승을 ‘인간승리’, ‘인내력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초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투어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인우는 물론 가족 모두가 어머니의 병간호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훈련은 뒷전이 됐다.
이인우는 올해 13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차례만 ‘톱10’에 진입했다.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9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상금랭킹도 60위(2748만원)로 지난 1998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에 대해 이인우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내년 배수진이다. 겨울 전지훈련 기간에 다 쏟아낼 생각이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인우는 올해 선수대표라는 중책도 맡았다. 인기 추락, 스폰서 감소 등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수를 대표해 투어 환경 개선과 활성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서 그는 국내 프로골프투어의 환경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요즘 젊은 선수들이 ‘스폰서 부족으로 해외로 떠난다’는 언론의 일방적 보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큰 무대(PGA투어)를 꿈꾸며 운동한다. 국내 투어 환경과 상관없이 기회만 된다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은 것이 선수들의 욕심이다”고 역설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대부분의 톱랭커들은 미국이나 일본 무대에 도전하는 것과 같는 것이다.
이인우는 또 “‘국내 투어 환경이 어렵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질수록 KPGA투어 후원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투어의 스폰서 난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